삼성전자-e스포츠協 갈등…업계 `위기감` 돈다

 e스포츠업계의 내부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로게임단 ‘칸’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한국e스포츠협회 간에 불거진 갈등이 e스포츠 전체의 존립을 위협할지도 모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번 건은 외견상 이사 회원사인 삼성전자가 1억원의 회비를 납부치 않은데 대한 갈등처럼 비치고 있지만 속내는 SK텔레콤과의 신경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이달말 한국e스포츠협회 정기 이사회까지 뚜렷한 타협점을 찾지 못할 때다. 이 경우 창단 7년차의 원조 게임단 격인 삼성전자 ‘칸’의 프로리그 출전 금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왜 터졌나= e스포츠협회 측은 삼성전자에 협회 이사 기업이 연회비 1억원을 납부하도록 돼 있는 정관 규정을 들어 납부를 종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사 회원사로 선임되지도, 이사회에 단 한차례 참석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납부 의무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협회가 올해초부터 최근까지 기업 후원을 받지 못하던 프로게임단들을 CJ, 오리온, MBC게임, 온게임넷 등 대기업· 방송사들의 소속 게임단으로 주선하면서 이들 기업을 모두 이사 사로 만들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계년도 중간인 7∼8월에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면 무조건 이사로 들어와야 한다고 하면, 회비 예산이 바로 잡힐 수 있냐”며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프로리그를 공동 운영하는 상황에서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SK텔레콤의 대리전?=e스포츠 내부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본질적으로는 e스포츠협회 회장사인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사이의 신경전 성격이 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 주도권 하의 현 상황이 못마땅한 것이다. 국내 e스포츠 태생에서부터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온 자사의 역할에 대한 협회의 배려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회장사로 화려하게 등장한 SK텔레콤은 협회라는 기구 안에서 문제를 처리하려 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내심 불만스런 모습이다. 을 느끼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출범 때 이미 SK텔레콤의 라이벌 이통사인 KTF와도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뜨거운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어떻게 되나?=전문가들은 협회가 참여 기업 확대를 위해 조급하게 만든 현 이사회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어떤 협회도 선후발 참여사의 구분없이 무조건 이사 사로 편재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e스포츠업계의 맏형 다운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6년 넘게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것은 그만큼 내부적 의지가 뒷받침 되기 때문”이라며 “파국으로 가지 않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이달말 협회 이사회에서 타결점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F, 팬택앤큐리텔 등 다른 대형 기업도 협회와 삼성전자의 줄다리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진호·한세희기자@전자신문, jholee·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