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많은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가을은 마라톤의 계절이라 할 만큼 대회가 잦다.
마라톤의 유래는 기원전 490년 마라톤 평야에서 벌어진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투에서 비롯됐다. 전투에서 침략군을 물리친 그리스의 병사 필리피데스가 아테네 시민에게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내달렸던 것이 마라톤의 기원이다. 1896년 근대올림픽 제1회 아테네대회에서 육상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에는 오늘날까지 올림픽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림픽을 제외한 마라톤 대회는 직업선수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해 자기 기량을 뽐낼 수 있다. 병마를 극복하고 인생의 의미를 다시 찾은 사람이나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고픈 사람, 건강증진을 위해 달리는 사람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틀 전 치러진 뉴욕마라톤 대회에서는 고환암을 극복한 랜스 암스트롱과 앞을 전혀 못 보는 시각장애인 완요이케가 인간승리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암연구기금과 시각장애인 개안수술비용 모금을 위해 달렸다. 이들의 목적은 참신하다.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이기에 이들의 노력은 더욱 숭고해 보인다.
이번 가을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두 주 사이에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잇따라 열렸다. 직장인 단체 참가자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그 뒤에는 소속기업의 공익목적의 지원이 깔려 있다. 자사 직원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1m를 달릴 때마다 일정금액을 후원해 백혈병 아동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어느 기업은 100여명의 전 직원과 그들의 가족이 5㎞·10㎞·하프마라톤 등 다양한 코스에 참가할 수 있도록 후원한다. 조직의 화합과 가정의 화목, 자선기금 마련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본다.
이들에게는 마라톤이 더는 기록경기가 아니다. 10㎞를 한 시간에 달리든, 42.195㎞를 네 시간에 달리든 상관없다. 완주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인간승리의 쾌감을 얻기 위해 달린다. 지극히 소박한 소망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꼴찌로 완주하거나 체력이 달려 중도 포기하더라도 박수갈채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마라톤을 통해 사람과 기업의 상생, 사람과 사람의 사랑실천이 보편화됐다는 현대판 승전보가 기대된다. 컴퓨터산업부 최정훈차장@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