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OTP 딜레마…단말기 구입비용 누가 부담하나

은행들 OTP 딜레마…단말기 구입비용 누가 부담하나

 은행들이 일회용비밀번호(OTP) 확산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졌다.

 은행들은 내년 초 OTP 통합인증센터가 가동되면 전자 금융거래 보안 강화를 위해 OTP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인터넷 뱅킹 해킹 사건으로 전자 금융거래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른 상황인만큼 OTP 솔루션 도입은 기정사실화됐다. OTP는 1분마다 새로운 6자리 암호를 생성, 사용하도록 해 금융거래의 보안성을 높인다.

 내년 초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되면 은행이 금융 사고의 입증 및 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은행들은 OTP를 통해 인터넷 뱅킹의 보안성을 높이고 금융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OTP 단말기 보급을 둘러싼 비용 문제로 고민에 휩싸였다.

 ◇OTP 단말기 구입 비용 부담은 누가=은행들은 OTP 단말기 구입 비용을 은행이 모두 부담할지, 아니면 고객에게 전가할지가 최대 고민이다.

 개당 단가가 1만원이 넘는 OTP 단말기를 보급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뱅킹 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서 지급 비용이 수백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은행에 인터넷 뱅킹의 경우 건당 이체 한도가 1억원 이상인 보안 1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OTP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한 신한은행이 연말까지 OTP 단말기를 무료로 나눠 주기로 하면서 다른 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신한은행이 OTP 단말기를 무료로 나눠주는데 다른 은행이 돈을 받고 지급한다면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예치금이 큰 고객에게만 무료로 나눠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고객 차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무료로 OTP 단말기를 공급한다고 해서 모든 은행이 이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 단말기를 어떻게 보급할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과 고객이 모두 부담=9개 은행은 현재 인터넷 및 텔레뱅킹용으로 약 30만개의 OTP 단말기를 발급한 상황이다. 기업 고객이 대부분이며 OTP 단말기 비용은 고객이 부담했다.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기업 고객들은 OTP 단말기 구매에 대한 저항이 적었다.

 하지만 개인 고객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부담을 100% 고객에게 돌리는 것은 어렵다는 것. 실제로 내년 도입을 의무화하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 은행은 이체 한도가 1억원 이상인 고객은 은행별로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은행과 고객이 서로 부담을 나누는 형태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이 80%, 고객이 20%를 부담하는 형태를 제안했지만 은행권은 이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김인석 금감원 실장은 “은행은 각자 정책에 따라 OTP 단말기를 자율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은행들이 OTP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과도하게 고객의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