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외국계 R&D 센터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성남 킨스타워가 국내 벤처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외국계 R&D 센터 전용 공간은 지난 15개월 간 텅 비어 있는 층까지 있지만 국내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킨스타워는 성남시가 지방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해 설립한 공간이지만, 경기도와 성남시가 지난 해 외국계 R&D 센터 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15개 층이 외국계 R&D 센터 전용으로 할당됐다.
8일 현재, 성남시가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5개 층에는 10개 기업이 입주해 총 329명이 상주, 층당 65.9명이 사용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가 외국계 기업의 R&D 센터를 위해 운영하는 12개 층에는 단 4개 기업의 224명이 상주, 층당 사용인원은 18.7명에 불과하다. 애초에 외국계 기업에 배정된 층을 합하면 층당 사용인원은 14.9명이어서 국내 기업의 사용인원의 1/5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서류와 방문 심사를 비롯해 3차례의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에 입주를 원하는 기업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더 이상 공간이 없어서 새로운 기업들에게 할애하기 힘든 상황이다.
킨스타워에 입주해 있는 한 벤처기업의 CEO는 “입지도 좋고 관리비용도 저렴해 국내 벤처기업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곳에 들어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외국계 기업의 R&D 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실제로 들어오지 않은 층까지 국내기업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측은 “벤처기업들의 요구사항은 알고 있지만, 협약을 맺은 사항이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변경이 쉽지 않다”라며 “비어있는 층은 이르면 연내에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