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뜨고 있다. 아니 이미 떴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모든 이가 콘텐츠가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콘텐츠는 차세대 산업의 ‘얼짱’인가. 대통령까지 이에 힘을 보탰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기구개편, IPTV 도입, 디지털방송 활성화 등 주요현안의 정책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면서 “아울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종합방안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러한 정책 방향을 밝혔으니 해당 부처는 조만간 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이에 더해 콘텐츠 유관 부처들이 이구동성으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두고 볼 일이다.
콘텐츠가 황금의 손이라면 우리는 콘텐츠산업을 지금보다 더 육성해야 한다. IT 없는 콘텐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가 IT강국으로 부상했기에 그 등을 넘어 콘텐츠 강국을 넘볼 수 있다. IT는 우리 삶을 뿌리째 바꾸었다. 정보격차나 사생활 침해 등 디지털시대 어둠의 그림자가 있다. 그러나 세계와 등지고 나 홀로 바위처럼 나무처럼 살 수는 없다. 변하는 세상에 살려면 변화를 이끄는 게 현명하다.
콘텐츠 업계는 기대를 갖고 후속 조치를 주목할 것이다. 대통령에 이어 관련 부처는 어떤 내용물이 담긴 보따리를 들고 올 것인가.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전에 내부 혼선을 빚어 성장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더욱이 방송통신 통합기구가 출범하면 업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우리 앞에는 IPTV·DMB·와이브로 등 새 미디어가 등장했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새 콘텐츠가 필요하다. 콘텐츠가 왕인 시대가 머지않았다. 미디어 신천지가 등장하면 그에 합당한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방송 콘텐츠만 봐도 연관 효과는 엄청나다. 겨울연가나 대장금을 보라. 나라 이미지를 높이고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피터 드러커도 “21세기에는 문화산업에서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질주해도 모자랄 판에 혼선은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하다.
콘텐츠 산업의 승자가 되려면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력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할 일이다. 사람 있는 곳에 아이디어가 있고 흥망이 있는 법이다. 우리가 문화기술 대학원과 방송영상아카데미 등을 설립한 것은 다행이다.
콘텐츠는 창의력과 기술력의 결합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차별화를 해야 한다. 우리만의 것, 남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을 내놔야 한다. 내 것이 아닌 콘텐츠는 생명력이 없다. 우리 콘텐츠 산업은 외국에 비해 뒤져 있다. 해마다 명절 때면 누구나 실감하지 않은가. 같은 콘텐츠를 재탕 삼탕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새 미디어는 곧장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남의 나라 선수는 뛰는데 우리는 멀거니 보고 있는 격이다. 신규 미디어를 서비스해야 그에 맞는 새 콘텐츠도 개발할 게 아닌가.
이제 IT강국에서 콘텐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콘텐츠 강국의 반열에 오를지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의 시정 연설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와 후손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다. 우리가 콘텐츠 들메끈을 고쳐 매야 할 까닭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