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의무화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기술표준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차, 쌍용차 등 자동차 제조사도 각각 원하는 블랙박스 스펙이 다르다. 여기에 차량용 블랙박스로 보험금 부담을 줄이려는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현대화재 등 보험사 입장까지 반영되면서 일이 복잡해진 것이다.
이 협회의 배효수 사무국장은 9일 “모든 회원사가 동의하는 블랙박스의 기술표준을 찾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같은 자동차 보험사의 경우 내부 결제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블랙박스 의무화 법안제출은 내년 2월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제출해도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현재 건교부와 산자부가 별도로 차량용 블랙박스와 관련한 법규를 추진하고 있어 부처간 의견조율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배효수 사무국장은 “EU당국은 오는 2009년부터 모든 자동차에 사고구조를 위한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다”면서 국내서도 블랙박스 의무화를 위한 작업을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계열의 HK e-car(대표 김영한)는 이달부터 차량용 블랙박스를 현대차의 고속버스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엔진가속과 브레이크, 회전 등 운전사의 주행습관이 시시콜콜히 기록되며 사고가 나도 관련기록이 안전하게 보호된다. 회사측은 연말까지 약 8000대의 블랙박스를 현대차에 납품할 예정이다. 김영한 사장은 “단순한 속도기록계(타코미터)가 아니라 모든 주행정보가 기록되는 차량용 블랙박스의 상용화는 이번이 처음이다”면서 블랙박스 수요처를 상용차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