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주몽`과 공공혁신

 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요즘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드라마 ‘주몽’이 화제다. 이 드라마는 고구려 건국 전후를 배경으로 주몽의 성장과정, 소서노와의 사랑 그리고 대소·영포 형제의 음모와 술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주몽’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가 강철검이다. 강철검은 청동기에서 철기로 변해가는 시대에 매우 혁신적인 무기였다. 강대국인 한나라는 철을 더 강하게 만드는 비법인 ‘초강법’으로 생산한 강철검을 가지고 부여를 위협했다. 이에 주몽은 한나라 강철검에 대적할 수 있는 독자적인 강철검을 개발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왜 주몽이 그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강철검을 만들어냈느냐는 것이다. 바로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의 생존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철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철은 국가 존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 때문에 주몽은 피나는 노력 끝에 강철검을 만든 것이다.

 주몽은 살아남기 위해 강철검을 개발하는 등 스스로를 혁신했다. 이처럼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치열한 시장에서 고객에게 선택받고 살아남기 위해 혁신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 부문은 그동안 경쟁체제가 아닌 독점체제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해왔기 때문에 생존위협이 아무래도 적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무원의 철밥통’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또 2004년부터 정부에서 일제히 산하기관의 경영평가를 실시,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표하고 그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혁신성과 평가, 고객만족도 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평가한다. 이처럼 공공 부문의 경쟁력 강화, 구조조정과 민영화 방안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앞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제는 공공 부문도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그렇다면 공공 부문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혁신을 통한 고객만족이다. 주몽이 강철검이라는 혁신으로 자신과 나라를 지켰듯이 공공 부문은 고객만족이라는 혁신을 이뤄내 고객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이들에게 필요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공 부문의 혁신은 쉽지 않다. 과정에 참여한 사람에게 지금 당장 가시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에 혁신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또 혁신에 대한 오해도 많다. ‘혁신하자, 혁신하자’ 하니 이에 동참하는 사람은 마치 혁신이 최종 목표인양 받아들인다. 그리고 정부기관 경영평가를 시행하면서 이를 중요한 평가지표로 삼으니 당장 점수를 받으려면 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혁신은 최종 목표가 아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를 내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공공 부문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행정서비스의 최종 수혜자인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목표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최상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시스템을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고객과 많이 접촉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일을 하면서 국민을 만나지 않는 것은 히트상품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이 시장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양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업무에 반영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또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립단계부터 실행까지 고객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단계마다 고객의 욕구와 기대를 잘 반영하고 고객의 가치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유작 ‘위대한 혁신’에서 ‘혁신을 하든가 사라지든가’라고 말했다. 혁신이야말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산업 그리고 정부와 공공 서비스 기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이 살아남는 데 꼭 필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solee@iit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