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우수한 제품이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초 목표했던 3180억달러 수출 달성은 무난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한민국 경제호를 이끄는 힘의 원천은 단연 우수 기술과 제품이다.
기술력과 우수 제품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이런 기업의 경쟁력이 모여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경쟁력 확충만이 수출 호황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이나 일본 선진국과 중국·인도 등 거대 후발 주자 사이에서 우리가 경쟁할 수 있는 무기는 역시 기술·제품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정부는 국내 대표 제품의 글로벌 브랜드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기술네트워크(WTN)의 ‘2006 세계기술대상(WTA)’에서 삼성전자의 ‘50㎚급 16기가비트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LG전자의 ‘타임머신 D-TV’, 넥스젠의 ‘식물을 이용한 단백질 의약품’ 3개 기술이 최종 본선에까지 올랐다. 비록 대상수상은 못했지만 올해 첫 출품에서 국내 IT·BT의 우수성을 빛낸 쾌거로 기록될 만하다.
정부는 기술개발 외에 ‘기술강국 코리아’ 이미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세계기술 경연장에 우리 우수기술을 출품하고 인적 네트워크 확대, 우수 신기술에 대한 해외 홍보 등 조작적 접근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그동안 부처별로 별도 시행돼온 신기술 관련 인증제도를 올해부터 통합해 신기술(NET)·신제품(NEP) 인증제도로 통합했다. 신제품(New Excellent Product)은 명실상부한 국가 인증 우수제품들이다. 이들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NEP에 대한 인증심사는 까다롭게 하는 대신 지원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을 통해 신청 요건도 제시했다. 앞으로 NEP 인증심사는 전문조사기관이 실시한 선행기술 조사자료 제출을 의무화해 제품의 기술이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신기술이거나 △혁신적 개선·개량된 대체 신기술이어야 신청이 가능토록 했다. 이미 국내에 일반화된 기술이거나 기술적 완성도가 낮은 아이디어 단계의 제품 등은 NEP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NEP 획득은 어려워졌지만 인증제품에 대해서는 더욱 알찬 지원혜택이 부여된다. 우선 그동안 강제성이 없던 공공기관 의무구매제도가 법령개정으로 의무화됐다. 380여개 공공기관에서 NEP 제품을 20% 이상 구매하도록 규정해 관련업체의 매출액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NEP 획득업체는 ‘혁신형 중소기업 기술금융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돼 국민은행 등 4개 시중은행에서 신청건당 최대 50억원의 저금리 기술담보 및 신용 대출이 가능해진다. 또 품질보장사업(이행·보증·배상책임보험 등)에서도 일반제품보다 낮은 보험 요율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14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올해 NEP 수상업체(개인 포함)들의 축제의 장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올해 신기술 인증제품 가운데 유공기업 29개, 유공자 30명이 포상을 받는다. 판로지원 우수 분야에서도 7개 수상자가 배출됐다. 정부는 이날 NEP에 대한 포상과 격려 외에 ‘신기술·친환경 인증제품 구매 협력 협약식’도 병행 실시하는 등 향후 신제품이 마케팅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유도키로 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특별기고:신기술 실용화를 통해 창조적 혁신기업으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미국 월가의 황제 블룸버그는 자신의 성공스토리에서 “어제와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내일은 없다”고 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의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우리 기업도 끊임없는 창조와 혁신을 통해 수요자에게 구미가 당기는 새로운 제품, 즉 신기술 제품을 개발해야만 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제7회 세계지식포럼에 즈음해 필자는 ‘창조시대 기업전략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와 영상대담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 두 사람은 창조성이 결여된 기업은 아무리 노력해도 조금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반면에 창조적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는 혁신기업은 기존 경쟁의 틀을 깨고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창조경영의 관점에서는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이 따로 없다. 신수요에 부응하는 신기술 제품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하여 이를 출시하는 이른바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 바로 창조적 혁신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집약적 혁신형 중소기업이 경제의 중추를 이뤄 질좋은 성장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왕성한 기술개발 활동이다. 그리고 혁신형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이 사업화, 즉 매출 확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국가적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호주의 사업화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사업화 성공률을 2배로 높이면 장기적으로 혁신형 기업의 창업은 연평균 2배, 기업매출은 9배, 고용은 8배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굴되어 하나의 신기술 제품이 되고 사업화되기까지의 과정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들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LED디스플레이를 개발한 한 벤처기업은 납품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수요자가 구매를 거부하자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나서 지난해 1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국내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더라면 좀더 손쉽게 더 나은 조건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무릇 새로운 것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할 수 있지만 친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수가 있다. 더구나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 제품의 수요자 시각에서는 신기술 제품이라 하여 작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선뜻 구매하는 것 자체가 모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혁신형 중소기업의 육성을 통해 질좋은 성장이 가능하게 되려면 이러한 기업이 개발한 제품과 부품·소재를 편견없이 구매하려는 노력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대기업의 구매담당자는 물론이고 경영진에서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제품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점검과 평가를 통해 인증받은 중소기업 우수 신기술·친환경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길은 바로 국내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다. 이 역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신기술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거듭나고 이들 기업이 매출 확대를 통한 성장을 바탕으로 투자의 여력을 충분히 갖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만이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오늘 도전정신과 창조경영으로 신기술 제품을 개발해 성공한 혁신형 중소기업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2006 신기술실용화 촉진대회’가 개최된다. 오늘 대회를 계기로 R&D 혁신역량을 확충해 신기술 제품의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에는 반드시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바란다.
끊임없는 창조적 혁신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를 꿈꾸는 기업이 신기술 제품 개발을 통해 성장하면서 큰 보람을 느낄 때, 우리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뛰어넘어 ‘세계 산업 4강, 무역 8강의 희망한국’을 앞당겨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skchung@moc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