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두 가지 모두 필요합니다.”
김진만 외교부 외교정보시스템담당관은 총성없는 정보전에 대비, 발빠른 정보화에 나서는 동시에 외교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는 두 축이 ‘외교 IT’의 기본이라고 운을 뗐다.
외교부는 지난 2002년부터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외교협상·의사결정·위기관리 등 외교핵심업무를 지원하는 ‘e디플로머시(Diplomacy)’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이버외교·전자외교·외교정보전에 대비한 ‘창’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김 담당관은 3단계와 4단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교환과 결재가 이뤄지면서 1주일∼1달 이상 걸렸던 영사 업무가 하루로 단축되고, 해외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전화할 수 있는 영사 콜센터가 24시간 운영되는 것도 e디플로머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김 담당관은 올해는 정보화에 따른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패막이’를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외교부의 원격지 재해복구시스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외교부는 e디플로머시 3단계 사업 중 하나로 서울과 1만2000km 이상 떨어진 미주 데이터센터에 재해복구센터를 마련했다. 외교 관련 전자문서의 안정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국내 공공 기관 중 재해복구센터 구축한 첫 사례이자, 대륙간 재해복구 사례로도 유일하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순수 국내 인력진의 기술로 구축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올해 e디플로머시 4단계 사업이 끝난다. 외교부의 다음 정보화방향은 무엇일까. “구체적인 예산 등이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외교부에서는 통상전문의사결정시스템 구축, 외교관들의 이동업무를 위한 모바일 업무지원시스템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담당관은 미국 이외에도 포르투칼·스페인·페루·브라질 등에서 오랫동안 업무를 담당한 범 라틴어권 외교업무 전문가다. 최근 페루 등지로부터 한국 외교부의 영사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앞선 IT 노하우를 국제 업무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면서 “그 이전에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정보화 인력 등 전문가를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