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브소프트의 김준영(36)사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것이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다.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것이 ‘팡야’이기 때문이다. 그는 엔트리브를 설립하면서 ‘팡야’를 개발했고 ‘대박’ 신화를 일군 한사람이 됐다.
그런 그가 ‘팡야’ 이후 제2, 제3의 또다른 ‘팡야’를 만들고 있다. 또한 올초 퍼블리셔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개발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 동분서주하며 제2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김 사장에게서 엔트리브의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지금까지는 엔트리브소프트가 다시한번 비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 왔습니다. 이제는 어느정도 그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사장에게는 오래전 부터 한가지 욕심이 있었다. 회사가 ‘팡야’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아직은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글로벌 게임개발사로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게 됐다.
김 사장이 글로벌이라는 화두를 처음 생각한 것은 ‘팡야’가 대박을 친 2004년도다. ‘팡야’를 서비스하면서 그는 ‘대박신화’를 이루긴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회사를 글로벌 개발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이같은 생각은 온라인 플랫폼 붐과 맞물려 해외진출 등이 용이해짐에 따라 탄력을 받고 있다.
그는 주변 여건에 좋아지고 있는데다 차기작들이 글로벌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 만큼 내년에는 새로운 글로벌 개발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트리브는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 왔습니다. 내년에 그 모든 것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새로운 글로벌 리더가 될 자신이 있습니다.”
# 올해 130억원 매출 예상
김 사장은 올해 무척이나 바쁜 한해를 보냈다. ‘팡야’나 ‘트릭스터’가 신작이 아닌데다 김 사장이 게임 개발을 직접 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볼때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업계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올해 장사가 내년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해외 시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회사 내에서도 김 사장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는 한달에 절반 이상은 해외에 체류했다. 그만큼 성과도 좋아서 ‘팡야’와 ‘트릭스터’가 유럽과 남미 지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팡야’와 ‘트릭스터’가 2∼3년이 된 만큼 국내에서도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외진출을 통해 이를 만회하며 성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이 올해 예상하는 매출은 130억원 수준. 지난해 수익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내년도 신규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충분한 자금이라고 김 사장은 판단하고 있다.
# 퍼블리셔 위한 작업 박차
김 사장이 해외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챙긴 사업은 내년도 주력사업이 될 퍼블리셔다. 이미 올초 퍼블리셔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는 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내년도 서비스할 게임들은 모두 확보한 상태여서 마케팅에 주력하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내년도 엔트리브가 선보일 게임은 인라인을 소재로 한 레이싱게임인 ‘프로젝트S’와 저연령층 여성을 타깃으로 한 ‘프로젝트L’이 있다. 이들 게임은 내년초에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실시, 내년도 시장을 주도할 게임으로 만들어진다. 또 하반기에 2개 게임을 더 서비스하면서 명실상부한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는 이밖에도 콘솔게임 ‘위’ 버전으로 개발중인 ‘팡야’를 내년 초에 ‘위’ 출시 시점에 맞춰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처럼 퍼블리셔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내심 고민이 많다. 바로 마케팅 때문이다. 김 사장이 마케팅에 문외한인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어떤 마케팅으로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느냐는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탓이다.
“아직 구체적인 마케팅 계획을 세우진 못했습니다. 다른 퍼블리셔들과 전혀 다른 형태의 마케팅을 전개해야 게임이 좀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고민이 큰 만큼 전혀 다른 마케팅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내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
김 사장이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글로벌 게임개발사로 자리매김해야 겠다는 것이다.
엔트리브가 비록 한국에서는 ‘팡야’ 개발사로 명성이 높지만 아직 높기만 한 세계 문턱을 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김 사장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게임 개발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의 이같은 생각은 엔트리브 소프트의 게임을 해외에서 직접 서비스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으며 글로벌 지사를 설립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현재 이 지사는 미국에 설립돼 있다. 글로벌 지사는 주로 미국과 남미, 유럽 시장에서 엔트리브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이후 조금씩 엔트리브소프트란 회사를 유저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담당한다.
그는 이와 함께 일본에도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현재 일본업체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 모든 작업을 올해안에 마무리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올해도 바빴지만 내년엔 더욱 바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셔와 글로벌 개발사로 성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이 지나면 엔트리브소프트는 두 날개로 한층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