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이하 와우)’가 11일로 서비스 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이 작품은 여러가지 면에서 국내 게임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줬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와우’는 MMORPG의 성향을 레벨 위주의 시스템에서 퀘스트로 체질 변화시켰으며 오픈 베타 기간을 짧게 가져가 상용 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실시하는 새로운 전통도 마련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국내의 많은 제작사와 개발자들은 ‘와우’의 벽을 넘지 못해 방향을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블리자드는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노하우를 손쉽게 가져가 ‘국부유출’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와우’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빛과 그림자’를 긴급 진단했다.
서비스 만 2년을 맞은 ‘와우’의 현재 동시접속자수(이하 동접)는 약 9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액제로 서비스중인 ‘와우’의 한달 이용료가 1만9800원이지만 가격을 인하하기 전에는 2만4750원으로 경쟁 작품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수치를 유사 게임들과 비교해 매출을 비교, 추정할때 최소한 월 40억원 이상을 거둬들인다는 결론이 나온다. 1년을 기준으로하면 무려 500억원 안팎이란 천문학적인 숫자가 도출되는 것이다.
# 유저·개발자 눈높이 급상승
‘와우’가 국내 게임산업에 준 가장 큰 영향은 유저들의 눈높이를 대폭 상승시켰다는 점이다. 이 작품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저들은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 ‘스타크래프트’ 등에 익숙해 있었다.
MMORPG라면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 강력한 분신을 키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졌던 것.
여러 작품들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기도 했으나 한번 구축된 문화적 시스템은 깨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와우’는 단 한번으로 모든 것을 파괴했다. 레벨 중심의 게임을 퀘스트로 전환시켜 재미를 극대화시켰으며 광대한 세계관을 3D 그래픽으로 훌륭하게 구현해 유저들을 사로잡았다. 각종 탈 것이 등장했으며 공중을 날아 순식간에 원거리를 이동시켜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유저들은 ‘와우’의 이러한 모습에 ‘진정한 MMORPG가 도래했다’며 열광했다. 이 작품은 그래픽, 이펙트, 사운드, 캐릭터, 각종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절정의 완성도를 구현했기 때문에 유저들의 눈높이가 대폭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와우’의 등장은 유저 뿐 아니라 개발자에게도 커다란 자극을 줬다. 개발자도 결국 게임 유저다. 그들은 ‘와우’를 접하고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작품의 퀄리티를 대폭 높이기 시작했다. PC사양이나 기타 제한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완성도와 게임성에 비중을 높이 두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MMORPG 장르에서 레벨 ‘노가다’ 성향의 작품은 사라지고 퀘스트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캐주얼게임도 예외없이 덩달아 달라지기 시작해 기본적으로 패키지 수준의 완성도는 대부분 갖추기 시작했다. ‘와우’는 특히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도 엄청난 인기를 모아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엄청난 제작비 상승에 고민
‘와우’는 또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 패턴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기존에는 오픈베타를 길게 가져가 최대한 유저를 끌어 모은 뒤 상용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러나 ‘와우’는 클베를 길게해 버그와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 오픈베타를 최대한 짧게 줄였다.
그리고 곧바로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것. 이에따라 온라인게임은 무료라는 인식을 차단했고 유저가 게임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이러한 모델은 향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깊은 영향을 받아 마케팅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눈높이가 올라간 유저에게 맞추기 위해 기본 제작비가 엄청나게 상승한 것이다. ‘와우’ 역시 5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막대한 금액은 국내에서도 가능한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개발자 또한 MMORPG를 기피하고 캐주얼 게임으로 전환하는 수가 크게 늘어났다. 한 중소업체 개발 이사는 “MMORPG라면 무엇을 만들어도 ‘와우’에 비교당하는 현실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며 “개발자 스스로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막대한 자본이 뒷받침되야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게임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손쉽게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온라인 서비스의 핵심은 커뮤니티와 운영이다. 매출도 커뮤니티와 운영에서 비롯되며 많은 경험이 없으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온라인게임 경험이 전무했던 블리자드는 한국 경력자들을 고용해 이를 고스란히 받아냈다. 십여년간 쌓은 노하우가 너무나 쉽게 외국 회사로 넘어간 것이다.
# 거대 자본에 대책없나
‘와우’의 경우를 봐도 언제 또다시 거대한 자본으로 완전 무장한 외국 업체가 대형 타이틀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국내 업체들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중소업체들은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으로 무장한 하이 퀄리티의 게임이 등장하면 경쟁하기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의 강국이라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손가락에 꼽는다”며 “우물안 개구리적 시각을 탈피해 글로벌 전략을 육성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기획 단계부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고유의 콘텐츠도 절실하다. 유럽 중세 팬터지 세계관은 우리와 정서상 맞지 않는게 사실이다. 해외 진출에서도 불리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지겨운’ 팬터지가 아니라 동양의 참신한 세계관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개발자 기본 소양과 기술 발전을 위한 지원과 연구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비스 주요 연혁
2004년 11월 12일 오픈베타테스트 실시
2004년 11월 26일 접속자 폭주로 회원 가입 일시 중단
2005년 1월 18일 정식서비스 시작
2005년 1월 21일 동시접속자수 십만명 돌파
2005년 6월 10일 정량 요금제 도입
2005년 10월 29일 확장팩 ‘불타는 성전’ 공개
2005년 12월 31일 실시간 캐릭터 이전 서비스 시작
2006년 4월 17일 가격 인하
2006년 10월 12일 확장팩 ‘불타는 성전’ 클로즈베타테스트 시작
김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