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PMP·내비게이터 등 디지털 휴대가전제품의 가격하락의 끝은 어디인가.
‘무릎 밑에 바닥, 바닥 밑에 지하’라는 주식용어가 디지털 휴대가전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기존 유통제품은 물론이고 신제품도 저가행진에 합류하고 있다. 심지어 업체로서는 팔면 손해인 제품도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가격 하락은 업계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얼마나 싸게 파나= 삼성전자는 자사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모델명 YP-PD1)를 출시 6개월 만인 지난달 20만원 가까이 인하, 41만9000원에 판다. SK C&C도 내비게이터 기능이 탑재된 자사 PMP(모델명 air+)를 15만원 내렸다. 보통 40만원 이상을 호가하던 DMB 수신기능 탑재 내비게이터도 최근 20만원대의 신제품이 나와 이번 주말 홈쇼핑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한때 대표적인 디지털 휴대기기로 꼽히던 MP3플레이어 역시 이제는 10만원대에서 판매가격이 형성되는 전형적인 저가상품으로 손꼽힌다. 이밖에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 역시 DSLR의 등장으로 급격한 판매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왜 떨어지나= 가격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판매가 형성에는 시장상황을 비롯해 경쟁구도, 후속 모델 프로모션, 생산원가 등이 복잡한 화학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AV사업부 관계자는 “MP3P 등 디지털휴대기기 업체들이 통상 9∼10월께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겨냥해 가격을 인하한다”며 “삼성 역시 지난달 중순을 기해 이들 기기의 판매가를 일제히 낮췄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중소·벤처 IT업체의 주력품목인 디지털 휴대기기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고 특히 이들 대기업이 가격까지 인하하자 기존 업체들도 가격을 낮추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우리의 상대는 국내 중소업체가 아니다"며 MP3기술 종주국으로서 해외서 한국산 제품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아이템 특성상 분기별로 평균 10% 정도의 가격 하락은 통상 이뤄진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이는 메모리 가격 인하와 제품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자연 인하분인 셈이다. 따라서 연말연시 특수가 계속되는 내년 초까지 이 같은 가격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판매가격 수준도 이미 마이너스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MP3P 가격이 10만원 이하에서 형성돼 있고 7인치 내비게이터도 10만∼2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등 현재의 판매가 역시 바닥을 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의 가격인하가 지속된다면 현재 중소업체의 ‘마이너스 경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소업체 없이 대기업 몇몇의 시장이 되는 기형적 산업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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