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과 산업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평판TV 시장인 북미에서 40인치대 LCD TV 판매량이 처음으로 PDP TV를 앞질렀다. 내년에는 32인치 이상 대형 평판 패널의 공급과잉이 발생, 후발 업체가 투자계획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로스 영 디스플레이서치 회장은 15일 서울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가진 ‘한국 FPD 콘퍼런스’에서 “40∼44인치 북미 평판TV 소비자 직판(셀스루) 시장에서 지난 10월 28일을 기점으로 사상 처음 LCD가 PDP를 2%포인트가량 추월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이날 “내년에는 32인치 이상 평판TV 출하량은 7400만대로 예상 수요치인 6300만대보다 1000만대 이상 웃돌 것”이라며 “대형 TV용 패널 생산라인을 준비 중인 후발 패널업체는 투자계획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경쟁과열이 공급과잉 부른다= 디스플레이서치와 디스플레이뱅크 등 시장조사기관은 최근 올 4분기 40인치 LCD모듈 제조원가는 596∼617달러로 620∼630달러의 42인치 PDP모듈보다 13∼24달러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제로 시장에서 LCD TV와 PDP TV의 판매량이 역전될 시기는 내년 초쯤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에 세계 평판TV 수요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북미에서 40인치대 LCD TV의 판매량이 PDP TV를 추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지각변동이 시작됐음을 뜻한다.
그동안 PDP TV에 주력해온 업체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LCD TV 생산을 서둘러야 하고 동시에 PDP TV를 50인치대 이상으로 돌려야 한다. 대응 발걸음이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LCD TV에 주력해온 업체는 발빠른 물량확대로 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연스레 대형 평판TV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영 회장은 “PDP TV 생산만 고집해온 마쓰시타·파이어니어는 물론이고 판매량의 50% 이상을 PDP TV에 집중해온 LG전자·필립스 등도 LCD TV 생산 확대 경쟁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와중에서 가장 유리한 쪽은 40인치대 LCD TV에 주력해온 샤프·삼성전자·소니 등과 패널 업체들이다. PDP·TV 업체는 50인치대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불리한 처지다.
◇선후발 간 양극화 심화 예상= 패널 업체는 예상대로 내년에 1000만대 이상의 공급과잉이 일어나게 되면 판가하락으로 수익률에는 타격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선발 LCD 패널 업체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공산이 매우 크다. 대형 패널 양산체제를 구축한 곳은 가격하락을 흡수할 완충력이 있기 때문이다. 7·8세대 설비를 갖춘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반길 만한 소식이다. 반면에 대형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후발 업체는 빈곤의 악순환이 예상된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대규모 투자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대만 LCD 패널 업체와 일본 PDP 업체 등은 신규 투자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LCD의 경우 대만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가 내년 가동하기로 한 7세대 라인을 1년 가까이 미루기로 했으며, 내년 초 7세대 2라인을 가동하기로 한 AU옵트로닉스(AUO)도 생산량 램프업을 늦추는 한편 2008년 3월로 예정된 3라인 투자를 연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PDP 업체로는 일본 파이어니어가 이미 패널 감산을 발표하고 마쓰시타·히타치 등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이제혁 디스플레이서치 이사는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예정된 투자를 감행하겠지만 2위 그룹은 투자를 포기하는 사태도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북미 40~44인치 LCD·PDP 시장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