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PTV `네탓`은 그만

 IPTV 진입 논쟁이 해를 넘길 분위기다. 벌써 3년째다. 지금도 ‘제3의 법’을 주장하는 정보통신부와 ‘반드시 방송법’을 주장하는 방송위원회 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다. IPTV 진입 방식 해결이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보다 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치열한 초고속인터넷 시장 경쟁에 내몰려 수익 악화에 괴로워하는 통신사업자들은 IPTV를 통해 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는 ‘규제만 해결되면’ 즉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규제’라는 게 언뜻 당국의 진입 규제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실시간 재전송 여부다.

 지상파 방송 재전송은 신규 매체가 도입될 때마다 핵심 쟁점이었다. 그만큼 킬러 서비스란 얘기다.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위성DMB(티유미디어)도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양방향 서비스를 지향하는 IPTV마저 3년 동안 실시간 지상파 재전송에 의지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규제기관의 치열한 철학 경쟁으로 규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사업자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했어야 했다.

 브리티시텔레컴(BT)의 IPTV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ITU-T IPTV 국제회의에 참석해 자사의 서비스를 소개했다.

 “오프컴의 규제 때문에 늦어졌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규제기관의 방향을 예측하고 충분히 고려하면서 시작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과 영국의 통신 규제 환경은 다르다. 영국은 우리보다 먼저 기구를 통합했고, 웬만해선 간섭하지 않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통신 사업자들이 규제 기관 탓만 해서는 곤란하다. 본의와 다르게 무능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내년에도 IPTV 규제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통합기구 설립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통신 사업자들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방송 사업자에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고 통신과 방송산업의 윈윈 방향을 제시, 돌파구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안 되면 없이 가도 그만이다. 시간이 너무 없다.

손재권기자·u미디어팀@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