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12)로봇 한국의 주역-연구소·대학 현장을 찾아서(4)

KIST 지능로봇센터 연구팀은 2005년 1월 ‘마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여자 로봇인 ‘아라’를 탄생시켰다.
KIST 지능로봇센터 연구팀은 2005년 1월 ‘마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여자 로봇인 ‘아라’를 탄생시켰다.

(4)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

 2005년 1월. IT839 정책의 일환으로 ‘NBH-1’이 탄생했다. 이후 인터넷 공모를 통해 ‘마루(남성)’와 ‘아라(여성)’라는 애칭을 얻은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형 휴머노이드다. ‘마루’와 ‘아라’는 로봇 기술의 한 단계 진보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로봇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친숙한 이미지를 심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센터는 바로 이 ‘마루’와 ‘아라’의 고향이다.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는 인간 친화형 지능로봇 및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최대 규모 로봇 연구센터다. 유범재 센터장을 필두로 전체 연구인력이 70여명에 달하며, 한 해 연구비도 50억원을 넘는다. 대부분이 10년 이상 로봇을 연구해 온 전문가인데다, 메커니즘 디자인·제어·인공시각·전산 등 다양한 분야 연구진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가 큰 것이 강점이다.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가 문패를 단 지는 2년 반.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오상록 박사가 이끈 지능제어연구센터와 김문상 박사의 휴먼로봇연구센터가 합쳐져 지금의 지능로봇연구센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오상록 박사는 정보통신부 프로젝트 매니저(PM)로, 김문상 박사는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개발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KIST 지능로봇센터의 연구분야는 정보통신부 URC(Ubiquitous Robot Companion) 사업의 하나인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개발(2004∼2005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휴머노이드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휴머노이드 본체에서 영상 및 음성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 보내면, 의미를 파악·처리한 외부 서버가 다시 휴머노이드에 운동명령을 내리게 된다. 로봇을 움직이기 위한 인공지능을 외부 컴퓨터 시스템에 둬 상위 수준의 인식, 추론 및 판단 기능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외부 컴퓨터 시스템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만 개선하면 로봇의 지능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일환으로 센터는 △휴머노이드 제어구조 △인간동작 모델링 및 재현기술 △전신공조제어 기술 △인공시각을 이용한 정보 및 지식에 대한 모델링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실제 다양한 성과물이 나왔다. 로봇 외부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통해 하이레벨의 인공지능을 지원하는 제어기술이나 모션캡처 장비를 이용해서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동작할 수 있는 모델링 및 재현기술이 그것이다.

 유범재 센터장은 “‘아시모’로 유명한 일본 혼다가 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KIST 지능로봇센터는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실생활에 사용할지에 관심이 높다”며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로봇에 지능을 부여하려는 것도 휴머노이드의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로봇에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로봇 시장 규모(2013년 기준)가 일반 로봇 시장(3.5조엔)의 5.7배 수준인 19.8조엔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자료도 나와 있다.

 센터는 앞으로 5년간 2대 이상 로봇이 상호 협력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지난 2년간 ‘마루’와 ‘아라’가 사람의 기본적인 제스처를 인지하던 데서 고난이도 제스처를 인지하고, 서로 협력해 물건을 옮기거나 방을 치우는 형태로 한 단계 발전되는 것이다.

 아울러 인지로봇도 개발할 예정이다. 인지로봇은 새로운 것을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해 행동하는 로봇으로 기존 모델 기반 방식에서 탈피,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신규 서비스 시장 창출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인터뷰-유범재 센터장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정말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개발자로서 도전의 여지가 많거든요.”

 유범재 KIST 지능로봇센터장(44)은 휴머노이드 개발에 푹 빠져 있다. 터보테크에서 4년간 산업용 로봇을 위한 콘트롤러를 개발한 것을 제외하고는 KIST로 자리를 옮긴 1994년부터 줄곧 휴머노이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유범재 센터장에게 휴머노이드는 ‘꿈’이자, ‘종합과학’이다. 25개 이상의 복잡한 액추에이터를 사용하면서 제어기술과 인식기술도 총망라해 개발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만큼 희열도 크고, 도전할 수 있는 이슈가 많다. 덕분에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휴머노이드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 센터장의 설명이다.

 “모든 로봇이 그렇듯, 휴머노이드 역시 국가 경제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핵심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업체로 기술을 이전하는 작업들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KIST 지능로봇센터도 지난 9월 세종로봇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인간형 로봇(마루·아라)의 상체기구 및 제어기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지능로봇센터가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선 이후 첫 상용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 센터장은 KIST가 수여하는 ‘이달(11월)의 KIST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흔히들 로봇하면, 영화 ‘아이로봇’에 나오는 로봇을 연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최소한 15년은 걸리죠. 앞으로 5∼10년은 바퀴로 굴러가는 로봇이, 10년 후쯤 2중 보행로봇이 보편화되기 때문이죠. 우리도 소비자 호감을 얻기 위해 어떤 로봇을 개발해야 할 지 계속 고민하겠지만, 소비자들도 애정어린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다면 국내 로봇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대표로봇

 ◇마루·아라=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능을 부여한 ‘똑똑한’ 인간형 로봇. 특히 ‘마루’는 최고, 정상, 으뜸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고, ‘아라’는 ‘알아본다’에서 음을 차용해 만든 남녀 로봇으로 음성과 외형이 틀리다.

 신장 150㎝, 무게 67㎏으로 전후좌우·회전·대각선으로 보행할 수 있다. 최대 보행속도는 0.9㎞/h이다.

 무엇보다 마루와 아라가 일본 ‘아시모’나 KAIST의 ‘휴보’와 다른 것은 다양한 인식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 외부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인지 능력과 인공지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영상·음성·동작·물체 등을 인식할 수 있다. 또 사람과 악수할 때는 상대방의 힘을 측정, 그에 상응하는 팔 동작을 형성시켜 더욱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악수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첫 선을 보인 후 올 1월 마루2, 아라2가 나와 있다. 안내·영접·가사보조·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

 ◇롭헤즈(ROBHAZ)=위험한 작업을 위한 원격 작동 로봇. 740×472×294㎜ 크기에 39㎏, 최대 속도 10㎞/h다.

 최대 1㎞까지 소형 리모콘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무선 이미지 전송도 가능하다. 2004년 ‘로보컵 US오픈 구조’ 부문에서 최우수 로봇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유진로봇에서 상품화하고 있다.

 ◇베이비-봇(BABY-BOT)=만 1세 한국아기의 표준 체형을 기준으로 제작한 신장 75㎝, 무게 20㎏의 소형 휴머노이드.

 앞으로·뒤로 가, 왼쪽·오른쪽으로 돌아가, 인사·소개, 춤 등 35개 명령을 인식할 수 있으며, 자세 제어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인간 행동 모방, 인간 지능 모방, 인간·환경 상호작용을 모방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작(ISSAC)=2001년 첫 선을 보인 인간 친화형 홈 서비스 로봇이다.

 날씨·교통상황·증권정보·e메일 등 인터넷 기반 음성정보를 제공하고, 침입자를 감지해 보안회사나 경찰서에 실시간 정지영상을 전송할 수 있다. 이밖에 자율 진공청소, 자율 자기위치 추정 및 주행, 음성을 통한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해 공공건물 안내로봇, 보안로봇, 청소로봇, 비서로봇, 학교 및 연구소 실험용 이동로봇에 적합하다.

 ◇버틀러(BUTLER)=방문자 도우미 로봇으로 건물 실내에서 스스로 주위를 인식, 자율주행하며 방문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종 센서를 통해 자율주행 및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으며, 무선 인터넷을 통해 방문자와 영상통신이 가능하다.

 전방향 이동 메커니즘, 레이저 스캐너, 초음파 센서, 통신망 기반 모듈화 제어기가 특징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