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이하 LPL)가 올 4분기 시작하려던 5.5세대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설비 투자를 연기했다. 5.5세대 설비는 당초 가동시기가 내년 2분기로 예정돼있어서 이번 연기로 빨라야 내년 3분기, 최악의 경우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PL은 지난 달 초 5.5세대 LCD 생산라인 장비 발주에 돌입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꿔 장비업체들에게 발주한 장비의 납품을 모두 보류시켜달라고 통보했다. LPL측은 장비업체들에 내년 1분기에 투자 일정을 재조정해 다시 알려주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업체 한 사장은 “내년 1분기에 새 일정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장비 발주 재개 시기를 못박지 않은 채 길어야 1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모호하게 밝혀 해당 업체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비업계는 5.5세대 설비투자가 내년 1분기 재개되더라도 장비 생산과 납품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생산라인 가동은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비투자가 이 보다 늦어지면 가동 시기도 순연돼 2008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LPL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환경 분석에 따라 5.5세대 장비 발주가 늦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몇개월 순연된 개념”이라면서 “5.5세대 장비는 이미 개발이 완료돼 있어 발주만 내면 반입 일정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내년 가동 목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5세대 장비 발주에 맞춰 장비 일부를 제작한 업체들은 설비투자 보류 통보를 받자 5.5세대 투자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PL은 이에 앞서 올 4분기로 예정이던 AM OLED 양산라인 가동 일정을 내년 1분기로 연기한 바 있고 내년 설비투자 규모도 올해의 3분의 1인 1조원 규모로 크게 낮춘 적이 있다.
LPL은 장비업체들이 동요하자 지난 13일 외국계 장비업체 지사장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국내외 장비업체들을 상대로 5.5세대 투자계획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