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사업 보안 강화` 대책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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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보안 대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최근 기술확보와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유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매년 9조원에 이르는 국가 R&D 자금을 투입해오고 있다. 이에 따른 성과물이 해외로 유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연구기관의 불편이 커질 수 있지만 이보다는 국가 R&D 결과물에 대한 보호가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강력한 정부의지 = 정부 관계자는 “삼성·LG 등 대기업에 비해 국책 연구기관의 보안의식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핵심·원천 기술 위주의 국가 R&D 사업은 기술유출 시 피해규모가 엄청나게 클 수 있어 더욱 강력한 보안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기술유출을 방지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꾸준히 높아져왔다. 지난 2004년 이광재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 발의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9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될 예정이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지식재산 관련 정책을 통합 관리해 국가 부가가치를 극대화하자는 내용의 ‘지식재산기본법’도 발의된 상태다.

◇A급 과제 외국인 참여배제= 정부가 작성 중인 ‘국가R&D사업 공통보안관리 지침’ 초안에서는 과학기술 분야 국가 R&D사업을 하는 모든 연구기관을 관리 대상으로 규정했다. 각 R&D 과제의 보안등급을 중요도에 따라 A·B·C로 구분하고 A급 과제는 외국기업·연구소에 위탁하는 것과 외국인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중앙행정기관장의 사전 승인을 얻어 참여가 가능하다.

또 연구인력의 외국인 접촉현황 관리와 연구원의 출입지역·열람가능 자료 기준도 엄격히 규정토록 했다. 휴대형 정보통신기기와 e메일 등 인터넷 서비스의 보안대책도 강화된다.

중앙행정기관장은 자체 R&D 과제의 보안관리규정을 마련해 시행토록 규정됐다. 보안관리 실태가 규정에 못 미치는 연구기관은 보안관리심의회에서 국가 R&D사업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해외 공동연구·기관 불편 가능성 있어= 국가 기술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R&D 과정의 불편은 커질 수 있다. 기술개발 사업 시 해외 주요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하는 예가 많았으므로 외국인에 대한 R&D 참여 제한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해외 협력 자체에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안대책이 강화될 경우 여러 문서가 추가로 발생하는 등 보안 행정소요는 확대가 불가피하다. 고유 R&D 기능 외에 부수적인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범부처 차원의 보안실태 점검이 시작됐고 내년부터는 국가 R&D사업에 대한 종합보안지침이 시행된다”며 “1차 점검결과를 통해 나타난 연구기관의 의견을 종합지침에 반영해 실효성 있는 보안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김인순기자@전자신문, seung·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