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사업보다 부동산이 좋은 나라

 11·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서민들의 원성이 높다. 과도하게 억제한 주택담보 대출이 오히려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을 요원하게 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들어 9번째 부동산 대책도 또 ‘빗나간 화살’이 되고 말 지경이다.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계속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제 발등 찍는 도끼’로 작용해 왔다. 급기야 정권이 부동산 정책에서 손을 떼겠다는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렀다. 부동산 정책은 어디서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요원하기만 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실망의 마지노선을 깨고 절망의 한계에 이르렀다. 쥐꼬리 연봉의 직장인의 강남 아파트 마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직장인이 버는 돈과 집값은 너무 차이가 난다. 돈 모으는 속도는 산술급수적인 데 비해 집값 오름세는 기하급수적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경기침체로 웬만한 사업은 바닥을 기고 있다. 혹 임대 사무실에 입주한 기업이라면 달세 내기도 버거울 정도다. 한 벤처기업인은 “인원삭감에 임금까지 내렸지만 경영상황은 더 악화됐다”며 “사무실을 내놓고 더 싼 곳으로 옮겨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사옥을 보유한 기업의 처지는 다르다. 부동산 오른 값으로 사업 적자를 만회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부동산이 몇 배 뛰어 사업으로 인한 손해를 메운 셈이다. 물론 건물을 팔지 않는 이상 장부상의 계산이기는 하겠지만 영업손실을 부동산이 메워준 것만은 분명하다.

 상황이 이쯤 되니 기업들도 사옥이나 사무실 갖기에 안달이다. 서울에 소재했거나 서울 인근의 산업단지는 기업으로서 좋은 부동산 투자처다. 기술개발과 직접 사업에 대한 투자는 뒷전이다. “지금 사놓으면 3∼4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은행 빚을 내서라도 사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의 목적을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이쯤 되면 전 기업가의 부동산 투기화와 다를 바 없다.

 한쪽에선 산업에 투자가 안 돼서 죽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은행빚을 내서라도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한국 중소 벤처기업의 현실이다. 사업보다는 부동산 투자가 우선인 나라다. 또 은행빚은 아무나 내나. 부동산에 관한 한 기업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