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된 지스타

‘부스걸’은 다른 말로 행사 도우미라고 칭한다. 전시회가 개최되거나 이벤트를 진행할 때, 콘텐츠를 설명할 때 필요한 사람이다. 이들은 행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전시한 작품에 대해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봉사 요원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미모가 뛰어나고 몸매와 말솜씨가 보통 이상인 여성이 대부분이다. 도우미는 부수적인 위치이며 자신보다 전시장과 행사, 콘텐츠를 부각시키는 것에 주력한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에선 이들 도우미가 주인공이 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졌다. 업체들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도우미들의 노출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했다. 한술 더 떠 아예 부스걸들을 위한 포토 타임과 장소를 별도로 마련하는 배려(?)까지 했다. 한쪽에선 나이 어린 유저들이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를 하는데 바로 옆에선 반라의 여성들이 카메라 렌즈 앞에서 온갖 오묘한 포즈를 취했다. 이런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데도 관계자들은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조장했다. 어린 자녀들은 데리고 구경온 부모들은 민망해 어쩔 줄 몰라 황급히 자리를 뜨는 경우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평소 게임에 대해 감정이 좋았던 학부모들도 이날 만큼은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을 법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스걸들의 민망한 복장이 게임과 별 관계없는 단순히 ‘야한 의상’이었다는 점. 극히 일부 업체만 나름대로 준비를 해 게임 컨셉트와 분위기에 적합한 복장을 착용시켰을 뿐이었다. 도우미에게 작품과 아무런 상관없는 의상을 입히고 사진 모델 수준으로 행동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미국 ‘E3쇼’는 18세 이하는 입장이 불가능한데도 부스걸의 복장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어떤 업체도 도우미의 복장으로 관람객을 끌어 들이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들이 만든 게임으로 승부를 건다. 그것이 정상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거나 받길 원하면서 막상 전시회에서는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는 국내 업체들의 이중적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체 이용가 게임을 전시하면서 노골적으로 성을 상품화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난감하다. ‘지스타가 아니라 걸스타’라며 불쾌해했던 한 관람객의 말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김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