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빌 로퍼 플래그십 스튜디오 대표

“인천공항에 내려보니 제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더군요. 낯선 이방인인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보며 한국이 정말 온라인게임 강국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빌 로퍼 플래그십 스튜디오 대표는 스스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친숙한 존재다.  그는 지스타2006에서 세계 최초로 ‘헬게이트:런던’ 한글 버전을 공개하면서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이었다.빌 로퍼가 직접 시연하며 선보인 ‘헬게이트:런던’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절로 자아냈다. 그는 시연을 하면서 “이번에 공개한 세번째 클래스 헌터는 FPS와 비교해도 될 만큼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존 MMORPG가 오토 타겟으로 인해 유저들의 몰입도를 감소시켰다면 우리 작품은 마치 FPS를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 알아보는 사람 늘어나 행복그가 자랑스럽게 공개한 ‘헬게이트:런던’의 특징은 한마디로 ‘MMORPG+FPS’이다. 물론 여타의 롤플레잉처럼 레벨업 시스템은 적용돼 있다. 그러나 마우스를 이용하거나 W, S, A, D 키를 사용해 이동만을 간편하게 하는 점에서 벗어나, FPS의 짜릿함과 긴장감이 포함돼 있다는 것.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MMORPG와 FPS를 합한 게임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MMORPG이다.여기에 일인칭시점을 더한 것 뿐이며 게임의 시스템은 MMORPG의 룰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FPS 시스템이 주가 되는 게임은 결코 아닌 것이다.  가장 쉽고 확실한 설명은 ‘헬게이트:런던’이 ‘디아블로’의 3D 버전이라고 보는 것이다. 플레이할 때마다 달라지는 필드의 몬스터와 레벨 등은 ‘디아블로’의 그것을 고스란히 이어받았으며, 기타 다른 모든 콘텐츠에 있어서도 ‘디아블로’에서 영감을 받았다. 빌 로퍼 또한 이러한 사실에 대해 수긍하며 오히려 ‘디아블로’를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 지금은 광대한 세계의 첫 걸음일 뿐그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헬게이트:런던’은 이제 광대한 세계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게임은 끝이 없는 마라톤과 같아요. 개발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상호 보완해주는 유저가 없다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죠. 다른 게임과 달리 온라인은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때로는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개발에 있어서는 끝이 없고 그 과정은 유저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곳이라는 외형적인 측면을 떠나서, 언제나 개발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유저들이 있는 나라라고 눈을 빛냈다. 빌 로퍼는 매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바로 이런 점을 크게 느끼면서 왜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강국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새삼 느낀다고 했다. 사실 그는 한국이 부러운 눈치였다. 우리 유저들은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많은 요구를 개발사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개발자에게는 피와 살이 된다. 기술적인 부분은 개발자의 몫이지만 게임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고 그 속에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유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빌 로퍼도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유저로 인해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 온라인게임시장은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크게 발전했어요. 한국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내는 개발사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은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게 될 것입니다.” # 차기작 아직 구체화 못해 또 그는 한국의 개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해외 개발자도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환기시켰다.온라인게임의 경우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의 역사를 살펴 보면 북미와 유럽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의 우수한 개발자들도 앞으로 온라인게임이 주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빌 로퍼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헬게이트:런던’ 역시 블리자드의 3인방이 주축돼 설립한 플래그십이다. 그 역시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방향전환을 한 셈이다. 이 외에도 실제로 많은 개발자과 제작사들이 온라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들이 쉽게 온라인을 장악하긴 힘들겠지만 대비책을 강구하라는 빌 로퍼의 말은 그냥 흘려 넘길 사안이 아니다.마지막으로 빌 로퍼는 차기작에 대해 언급했다. “앞으로 ‘헬게이트:런던’에 이어 차기작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유저들에게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건 개발자의 의무죠. ‘헬게이트:런던’을 시리즈로 계속 이어나갈지 아니면 확장팩을 통해 기존 게임을 이어나갈지는 현재로선 미정이죠. 지금 분명한 점은 우리의 작품이 차세대 MMORPG의 기준을 세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덩치만큼이나 대단한 자심감을 내비친 빌 로퍼. 그는 자신이 만든 작품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앞으로 커다란 성공이 기다리고 있음을 확신하는 듯 했다.

모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