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쌓기 화면 3분의 1 가리고 동전 50개 쌓기

모바일 게임은 작은 화면이라는 플랫폼 특성을 가진다. 때문에 많은 엄지족들은 이 작은 창을 통해서 집중하는 재미를 알고 있다.모바일 게임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체 화면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누가 방해라도 하게 되면 모든 화면이 가려지는 악조건(?)도 가지고 있다.  특히 작은 바에서 이동하는 점을 맞춰야 하는 타이밍 싸움의 작품은 더욱 더 그렇다. 이번에 도전할 작품은 이러한 타이밍에 모든 플레이의 승패가 갈리는 ‘동전쌓기 2006’, 그리고 도전과제는그 작디 작은 화면의 3분의 1을 가리고 동전 50개를 쌓는 것이다. 이번 도전에 나선 이는 ‘동전쌓기 2006’의 차기작 ‘동전쌓기 에볼루션’을 개발 중인 이쓰리넷 게임개발본부의 홍종현 사원. 그는 도전에 나서며 “차기작을 개발 중이라 많은 시간 ‘동전쌓기 2006’과 싸워왔다”며 “그 정도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겨낼수 있다”고 자신감을 비췄다.# 공든 탑도 무너진다도전에 앞서 적정한 화면 가리기 작업에 돌입했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너무 작게 가리면 도전자의 자신감으로 비춰볼 때 너무 싱거운 미션이 될 확률이 있었고 너무 많이 가리면 엄지족의 신이 와도 불가능한 미션이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적정한 범위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제 시작합니다.” 도전자는 그가 가진 자신감 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첫번째 도전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마침내 고개를 떨구었다.도전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던 기자는 결과가 자못 궁금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도전자의 힘없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8개 성공했네요.” 자신감에 비해선 너무 초라한 숫자였다. 너무 일찍 끝나버렸기 때문에 이렇다 할 전략을 세울 수도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것이 ‘황당미션’, 도전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미션 수행에 돌입했다. 기자는 화면이 궁금해서 도전자의 뒤에 서서 작은 창에 집중했다. 바에 새겨진 타겟은 물론 동전이 떨어지는 것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첫 도전의 초라한 결과가 오히려 약이 되었는지 첫 도전과 다르게 신중한 자세로 임했다. 레이저라도 나올 듯한 눈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전을 하나 하나 쌓아나갔다. 좌측에 가로로 세워진 위험도가 오르질 않는 걸 보니 안정감 있게 쌓여 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면에 갑작스레 미션에 실패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단 한 번의 실수가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10개를 성공했다는 화면을 확인하고 나서 그가 볼멘 소리를 했다. “‘동전쌓기 2006’은 한 번의 실수로 게임오버 되는 경우가 있어요. 타겟과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도 동전을 떨어뜨릴 수 있는 거죠. 이거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데요. 한 30개로 내려주면 안될까요∼?” 하지만 황당미션의 도전과제는 관용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조금 발전이 있었잖아요. 집중을 하고 다시 한번 도전해보세요.” 도전자는 힘없이 다시 작은 창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시간 계산 해 일취월장세번째 도전에서 도전자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처음 두번의 도전에서 플레이를 생중계하며 도전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꽉 다문 입술에서 미션 완수를 향한 집념을 읽을 수 있었다. 표정의 변화도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동전은 하늘을 향해 차곡 차곡 쌓여 나갔다. 이 작품의 목표처럼 하늘 끝까지 다달아 동전 행성인이 지구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50개의 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동전이 많이 쌓일 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작품의 특성을 생각하면 절반이 아니라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이번에도 고개를 떨구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번졌다.“헤헤헤 이제 좀 감이 잡히네요. 패턴을 읽고 시간을 계산하면 가능할 것 같네요.” 바의 끝에서부터 중간까지 움직이는 시간을 계산하고 마음 속으로 그 시간을 재면서 플레이 한다는 설명이었다. “보셨죠. 이번엔 콤보도 3개나 했어요.” 그는 다시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이러한 그의 전략 때문이었는지 동전이 쌓이는 갯수는 도전할 때마다 향상됐다. 하지만 30개 중반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그리고 작은 창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눈에 피로까지 겹쳐왔다. 눈과 휴대폰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져 불과 10센티미터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기자는 문득 그러한 자세에 의심이 들었다. “혹시 가린 곳이 보이는 거 아니예요.” 도전자가 미션을 잠시 중단하고 휴대폰을 건냈다. “한번 해 보실래요.” 얼떨결에 휴대폰을 받아들고 도전자의 입장에 서게 됐다. 의심을 했던 것이 내심 미안해 졌다. 화면 중앙은 온통 암흑이었다. 도대체가 어디에 동전을 떨어뜨려야 하는 지 감이 오질 않았다. 다섯개의 동전 만을 쌓고 휴대폰은 다시 도전자의 손으로 넘겨줘야 했다.# 15번 도전 끝에 임무 완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했다. 30개 중반에서 오락 가락하던 숫자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다. “사시가 될 것 같아요. 회사에서 연봉을 두배로 준다고 해도 성공할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이런 말과는 달리 도전자는 이러한 투정과 달리 집중력을 더해가고 있었다. 수 많은 도전으로 인해 화면을 가려 놓은 종이도 접착력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도전자는 더욱 열심히 미션을 수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열 다섯 번째 도전, 침묵이 흘렀다. 일시에 도전공간은 진공에 휩싸인 듯 모든 소리를 삼켜가고 있었다. 오로지 도전자의 초롱 초롱한 눈만이 소리없는 공간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침묵을 깨며 그는 조용히 휴대폰을 건냈다. 53개 성공, 드디어 미션을 완수한 것이다. 도전자는 두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흡사 영화 ‘플레툰’의 한장면을 연상케 하는 포즈를 취했다. 불가능해만 보이던 미션을 완수한 것이다.“굉장하시네요. 그 동안 쌓아온 내공이 장난이 아닌가 봐요.” “아니예요. 운이 좀 따랐습니다.”그는 우선 이번 성공이 운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리고 성공의 비결을 전격 공개했다. “시간을 재는 것보다 심안(心眼)으로 보는 것이 중요해요. 마음을 비우고 위험도나 바람의 세기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동전을 떨어뜨리는 일에만 집중했어요. 그랬더니 타겟이 보이더라구요.” 도전에 임할 때는 보이지 않던 만면의 미소를 띠고 있는 도전자에게서 동전쌓기 초고수의 내공을 읽을 수 있었다. 심안을 통해 ‘도’를 통한 것이다. 갑자기 도전자가 위대해 보이며 그가 개발중인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김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