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이르면 내년 초 조류독감을 진단할 수 있는 칩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 칩은 올 초 ST마이크로와 싱가포르 의료장비업체 베레두스랩이 협력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한 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도록 개발한 DNA 칩이다. 이는 바이러스를 체크하는 실험장비를 작은 실리콘칩에 집적시킨 형태로 랩온어칩(Lab on a chip)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환자의 체액샘플과 시약을 칩 위에 올려 놓으면 한 시간 뒤에 해당 환자가 조류독감 보균자인지 아닌지를 휴대형 광학 인식장비로 즉석에서 판단할 수 있다.
랩온어칩은 손톱 만한 크기의 칩 하나로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등의 소재를 사용해 나노 이하의 미세 채널을 만들고, 이를 통해 극소량의 샘플이나 시료만으로 기존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실험을 신속하게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랩온어칩이 IT업체가 바이오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 후 먹거리를 고민하는 IT업체들은 생명공학이 IT시장을 뛰어넘는 거대한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생명공학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나노 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절실하다는 점 때문이다.
IT분야에서 국내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바이오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디지털과 바이오가 연계된 바이오칩 즉 랩온어칩이 될 것으로 꼽고,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보안 솔루션 업체인 나노엔텍(구 퓨쳐시스템)은 최근 나노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랩온어칩 개발 기술을 보유한 디지털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최근 이 회사는 휴대 진단용 랩온어칩에 적용되는 나노 필터구조 관련 핵심 특허를 출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랩온어칩은 바이오 분야이면서도 IT기술과 나노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융합이 필요하다”며 “IT업계가 바이오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