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자키 시즈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 간자키 유타카의 아들이지만 와인이라고는 한번도 마셔본 적 없는 평범한 맥주회사 영업사원이었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음이 오고, 아버지의 유언장에는 1년 후 12병의 위대한 와인과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1병이 어떤 것인지 맞히는 사람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유산을 두고 시즈쿠는 천재 와인 평론가 도미네 잇세와 운명적인 대결을 펼치는데….’
올해 출판만화계 최대 화제작 ‘신의 물방울’의 줄거리다. 와인을 소재로 한 이 일본 만화는 2005년 11월 국내에 번역 소개된 뒤 1년여 만에 40만부(현재 7권까지 출간) 정도 판매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이 만화는 우리 만화 ‘타짜’와 함께 만화 독자층을 30·40대까지 넓힘으로써 침체돼 있는 국내 출판만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의 물방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 콘텐츠 전문업체는 내달부터 ‘신의 물방을’을 SK텔레콤과 KTF를 통해 서비스하겠다고 나섰다. 완결된 만화가 아닌 현재 연재 중인 만화를 모바일 콘텐츠로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만화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 모바일 만화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체 어떤 만화이기에 하는 궁금증에 틈을 내 만화책을 펼쳤다. 그런데 1권도 채 다 읽어 갈 수가 없었다. 만화 감상에 앞서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부러웠지만 만화를 집필하기 위해 그가 쏟아낸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천(天), 지(地), 인(人)의 절묘한 조화가 필요하다. 날씨만 좋아선 안 되고 비옥한 토양 그리고 험한 조건에서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려는 인간의 노력이 가미돼야 진정한 와인이다.’ 작가 아기 다다시의 와인에 관한 주옥 같은 어록들은 ‘신의 물방울’이 왜 국내에 와인 열풍을 초래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그 해답을 제시해 주는 듯했다. 본격 와인만화를 표방한 ‘신의 물방울’이 일본 만화라는 점에서 샘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소재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콘텐츠 업계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종윤차장·콘텐츠팀@전자신문,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