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봇업계의 눈과 귀는 현대중공업에 온통 쏠려 있다. 자동차 설비용 로봇시장을 주도해온 현대중공업(대표 민계식)이 지난달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로봇사업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요즘 국내외 로봇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시장조사와 함께 협력사를 물색하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이 국내 로봇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그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로봇시장에 뛰어들 것인가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개발이냐 인수냐=현대중공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로봇을 제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술도입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반도체 공정의 클린룸 환경에 대응하는 로봇의 자체개발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시간이 문제다.
업계 주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자금력과 속전속결을 선호하는 기업문화를 고려할 때 합작보다 기업인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이 국내 반도체 로봇업체들을 상대로 시장조사 차원을 넘어 전략적 제휴를 제안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파트너로 선택할 로봇회사는 국내 중소업체가 아니라 인지도가 높은 외국계 대기업일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반도체냐 디스플레이냐=최근 LG필립스LCD가 수익성저하에 따라 장비 로봇 발주를 크게 축소한 사례에서 나타나듯 디스플레이용 로봇시장은 내리막길로 접어든 상황이다. 반면 반도체 로봇시장은 지속적인 수요확대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이 신규사업을 벌인다면 하강국면인 디스플레이 로봇시장보다 반도체 로봇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반도체 제조용 로봇시장은 일본 야스카와가 업계표준을 장악한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들은 커스터마이징 수요로 연명하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야스카와, 파낙 등 일류 로봇업체들은 모두 자동차와 반도체 로봇을 함께 제조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국내 중소업체가 아니라 일본 반도체 로봇업체”라고 밝혀 이같은 심정을 더해주고 있다.
평소 로봇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정몽준 회장이 신규 로봇사업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