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환율, 산업, 정치 등 수많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금융 시장. 어떤 투자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이는 ‘감’으로 투자방향을 정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암호처럼 얽힌 수학공식 속에서 돈의 흐름을 읽어낸다.
도저히 일반화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금융시장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의 세계로 빠져보자.
◇수학공식을 풀어라=‘현재 주가가 40달러인 A사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16%고 변동성은 연 20%다. 6개월 후 주가는 어떻게 형성될까.’ 누군가는 60달러로 예상하고 반대로 20달러라고 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 굳이 말한다면 6개월 후 시세표에 찍힌 값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정답의 범위를 좁힐 수는 있다. 금융공학 전문가라면 ‘블랙-숄스의 편미분 방정식’과 물리학에서 비롯된 ‘GBM(Geometric Brownian Motion)’ 등을 응용한 수식을 통해 “6개월 후 A사 주식은 32.55∼56.56달러 사이에 있을 확률이 95%”라고 답할 것이다.
◇신비한 세계=투자공학(Investment Engineering)으로도 불리는 금융공학은 선물·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의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 70년 미국 등지에서 시작됐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금융시장에서 기초자산의 이론가격을 시간경로에 따라 배열하는 것만으로도 투자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식에 기초하지만 원칙은 간단하다. 커피에 우유를 탈 경우 우유가 어느 방향으로 퍼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퍼져나가기 시작한 후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것. 대우증권의 류중래 투자공학부장은 “무한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금융시장에서 그 경우의 수를 좁히는 것만으로도 투자방향을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한한 세계=활용범위는 무한하다. 시장전망은 물론 각종 파생상품도 개발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금융공학을 기본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금융공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국내 금융사는 지난 90년대 중반 들어서야 뒤늦게 금융공학부서를 신설했고 그나마 개념 정립이 모호하다보니 각 사별로 기능도 제각각이다.
응용역량도 부족해 그간 국내에 판매된 ELS의 대부분이 해외 상품을 복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진우 금융공학실장은 “국내 역사가 길지 않다보니 아직은 관련 연구를 다듬어가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곧 국내 금융사들도 새로운 파생상품을 설계하는 등 선진국형 금융공학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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