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이냐, 감산이냐.’
내년 LCD 패널 시장 주도권을 놓고 전 세계 ‘빅 플레이어’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업체와 함께 LCD 시장을 양분하는 대만 주요 업체는 계절적인 비수기, 공급 과잉을 이유로 감산 쪽에 무게를 두고 생산량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내년 1분기도 올해 이상의 수요를 기대하며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는 등 상반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분기 성적표는 한 해 LCD 농사를 가름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양 진영의 서로 다른 전략은 시장에서도 희비를 갈라 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업체, 패널 감산 쪽에 무게=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의 주요 LCD 제조업체는 내년 1분기를 다소 비관적으로 보고 생산량 조절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올해 상반기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이미 충분히 생산라인을 늘렸지만 예상보다 월드컵 특수가 기대에 못 미쳐 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내년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을 감산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대만 3위 LCD 업체 칭화픽처튜브(CPT)는 LCD 패널 가격이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 10% 이상을 감산할 방침이다. 이 회사 브라이언 리 부사장은 “내년은 공급 과잉이 불가피하다”며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도 내년에 가동하기로 한 7세대 라인을 1년 가까이 미루기로 했으며, 내년 초 7세대 2라인을 가동하기로 한 AU옵트로닉스(AUO)도 공급 과잉을 이유로 2008년 3월로 예정된 3라인 투자를 연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업체, 여전히 공격 경영=이에 비해 국내업체는 여전히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는 이미 7·8세대 라인을 갖추면서 시장 주도권의 고삐를 잡은 국내업체가 상승세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월 15만여장 규모의 탕정 7세대 라인을 내년 1분기까지 18만장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지난 2분기 한때 생산량을 줄였던 LG필립스LCD도 감산 계획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LG필립스LCD 관계자는 “파주의 7세대 라인을 연말까지 월 7만5000장으로 늘려 내년 초에도 이를 유지할 방침으로 감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주요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계절적으로 1분기는 수요가 주춤한 시기지만 내년 1분기는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도 올해 이상으로 시장이 낙관적”이라며 당분간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주도권을 쥔 국내업체가 승산=두 진영의 전략이 다른 것은 이미 국내업체는 선투자를 통해 공급 과잉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다.
로스 영 디스플레이서치 사장조차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면서 주요 패널업체가 가격 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고 이런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국내업체는 이미 대형 패널 양산체계를 구축해 가격 하락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큰 상태다. 7·8세대 설비를 갖춘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로서는 시장 대응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대형 설비를 갖추지 못한 대만업체는 시장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국 후발주자인 대만업체는 ‘공급 과잉-가격 압박-시설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가 힘들어 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병준기자·장지영 @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