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안산시 신길동 삼보컴퓨터 본사.
1층 생산라인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던 초소형PC ‘리틀루온’이 100여명 여직원들의 손을 거쳐 빠르게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바쁜 직원들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제품은 삼보 회생의 속도와 미래를 보는 듯 한다. 두께가 4.4㎝로 한 손에 쏙 들어오지만 성능은 덩치 큰 워크스테이션 못지 않은 제품. 새로운 발상의 제품으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것이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박영덕 부장(40)의 설명이다.
건너편 라인에는 모니터와 본체가 통합된 데스크톱PC ‘루온올인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박부장은 “PM(Project Manager)을 중심으로 상품기획·디자인·제조담당자들이 혼연일체가 돼 내놓은 제품들”이라며 “혁신적 PC를 원하는 미국과 일본의 바이어가 최근에도 방문해 직접 생산라인을 보고 갔다”고 말했다.
80년 청계천 조그만 창고에서 시작해 ‘e머신즈’로 전세계 돌풍을 일으켰던 삼보컴퓨터의 벤처 정신이 ‘디지털 프로바이더(Digital Provider)’로 되살아났다. 400여명의 임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새 비전은 바로 PC의 진화에 맞춰 새로운 컴퓨팅 기기들을 만드는 것. 값싸고 편리하면서도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삼보 회생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리틀루온 PC, 에버라텍 노트북 등은 첫 시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박일환 대표(48)는 “PC는 네트워크·엔터테인먼트 기능의 통합 주체가 돼 지속적인 교체 수요가 있어 날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중으로‘콜럼부스의 달걀’과도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개념의 하이브리드PC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밀(?) 사항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박대표의 이같은 자신감은 지난 1년반동안 전 임직원이 합심해 벌여왔던 경영정상화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 회사 운영에 큰 부담을 줬던 해외 공장들의 정리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됐고 안산 1공장 매각 등으로 부채 비율도 100%대로 낮췄다.
박 대표는 “내년 2분기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흑자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미국과 일본 시장을 재공략할 수 있도록 해외 유통망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디지털 프로바이더로 변신하는 성공 사례를 남겨 떠나보낸 식구들에게도 자랑스런 삼보를 되돌려 주고 싶다”는 박대표의 꿈이 이뤄질 지 기대해본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