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또 밥그릇 타령인가

 방송통신 융합위원회의 보고서가 이래저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어찌보면 그럴 법도 하다. 부처간 이해관계가 다를 뿐 아니라 향후 역학구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기구 재편과  위원회에서 제시한 큰 그림은 맞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일 수 있는 문화관광부의 역할과 목소리는 쏙 빠져있다. 최근 김명곤 장관이 부랴부랴 인터뷰를 하고 나선 배경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김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향후 출범할 위원회는 문화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그 근거로 김장관은 도로(인프라)도 그것이지만 달리는 차(콘텐츠)의 중요성을 꼽았다.즉 방송통신의 핵심은 콘텐츠이며, 따라서 그 것을 맡아 육성하고 지휘할 곳은 이 업무를 줄곧 관장해 온 문화부란 설명이다. 맞는 말일 수 있다.사실 정부 부처의 행태를 보면 남의 방에 들어가 주인이 앉으라 하면 슬그머니 드러 눕고 싶어하는, 그런 습성을 보여왔다. 도로를 닦으라 하니까 차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윽고 차를 만들겠다고 달려드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부처 영역다툼이 안생길 수 없고 중복사업 논란이 일지 안을 수 없다. 문화산업분야만 하더라도 그렇다. 게임은 정보통신부와 문화부가 서로 자기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방송물은 방송위원회와 문화부가 대립하고 있다. 또 정보인프라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문화콘텐츠· 디지털콘텐츠 등 국적 모르는 구분으로 문화부와 정통부가 맞서 있다. 속도 모르는 타 산업 관계자들은 각 부처가 서로 도와주려 하니 좋겠다 하겠지만 업계입장에서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줄서기도 힘들고 눈치보기도 쉽지않다. 오히려 잘못 하다가는 찍힌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흐름을 간과한 탓이다. 그 것은 민간 쪽에선 저 멀리 내달리고 있는 데 정부는 거북이 걸음으로 뒤기 급급한 때문이며 한쪽에서는 작은 정부를 부르짖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까닭이다. 더나아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고 내다보기 보다는 즉흥적이고 한탕주의를 노린 탁상행정에 매달린 탓이다.각 부처의 주장은 틀린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여기서 내 영역, 내 업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과연 자신들이 그런 일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하는 점을 더 고민했으면 한다. 언필칭 정통부의 주장은 호기이며 방송위의 목소리는 과욕이다. 그 틈바구니에 있는 문화부는 무능의 표상이다.특히 안타까운 데는 문화부다. 목소리는 있지만 이론가가 아쉽고 명분에 반해 추진력이 약하다. 거기에다 자신들의 우군들마저 챙길줄 모른다. 문화부가 그동안 한 것이 전통문화 보존과 스크린 쿼터 유지 등 극히 일부분에 불과, 결국 화를 불러 온 게 아니냐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송통신 융합은 대세다. 그리고 그리 가야 한다. 따라서 특정 부처의 기득권이나 이기주의는 단호히 배격돼야 한다.  그리고 그 큰 그림은 산업의 패러다임과  미래의 청사진을 내다보며 완성해야 한다.그 것이 콘텐츠를 살리고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이다.

모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