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천재’가 아니라 ‘황제’라고 불러다오.’ ‘천재 테란’ 이윤열(팬택EX)이 ‘온게임넷스타리그’(OSL) 3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황제’ 임요환을 비롯해 지금까지 어떤 프로게이머도 이뤄내지 못한 전인미답의 대기록이다. 이윤열은 지난 18일 저녁 제주에서 열린 ‘신한은행 온게임넷 스타리그 시즌2’에서 ‘가을의 전설’을 꿈꾸던 ‘사신토스’ 오영종(르까프오즈)을 접전끝에 누르고 생애 세번째로 OSL 우승 트로피를 수확했다.이윤열은 OSL 3회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순금 10냥짜리 골든 마우스롤 사상 첫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묘하게도 작년 이맘때 그의 절친한 선배이자 최고 라이벌인 임요환의 세 번째 우승을 저지하며 ‘골든마우스’의 꿈을 가로챘던(?) 오영종을 상대로 거둔 결과여서 더욱 만감이 교차했을 법하다. ‘골든 마우스’는 온게임넷측이 작년 가을 임요환이 ‘쏘원스타리그’에서 승승장구하는 과정에 특별히 제정해 ‘황제를 위한 배려’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던 것이기도 하다.‘천재’의 이번 OSL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개인리그 우승컵을 하나 추가한 정도 이상이다. 무엇보다 지난 10월 공군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한 라이벌 임요환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e스포츠계 새 황제의 등극을 만천하에 과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윤열은 OSL과 MSL(MBC게임스타리그) 양대 스타리그에서 모두 3회 이상 우승, 기록면에서 임요환과의 거리를 완벽하게 벌려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가 임요환의 ‘애제자’인 ‘괴물 테란’ 최연성(SK텔레콤T1)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최연성은 MSL 3회, OSL 2회 등 개인리그 5회 우승 기록 보유자다.이종격투기인 ‘K1’ 형태의 이벤트성 대회로 e스포츠 방송에 진출한 CJ미디어가 주관하는 ‘제 2회 슈퍼파이트’에서도 이미 라이벌 박정석(KTF매직엔스)을 3 대 0으로 간단히 셧아웃,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과거에 위성 게임채널인 겜TV에서 주관했던 개인리그까지 우승한 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난공불락의 ‘수퍼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무이한 선수가됐다. ‘천재’란 꼬리표를 떼고 새 ‘황제’란 칭호를 붙여도 조금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이윤열의 이번 OSL 3회 우승은 ‘4대 천왕’의 총체적 부진속에서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대 천왕은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 박정석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4명의 특급 프로게이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중 임요환은 군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웠으며 홍진호(KTF)와 박정석은 원인 모를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있다. 4대 천왕과 견줄만하다고 붙여진 ‘신 4대 천왕’ 중에서도 ‘프링글스 MSL시즌2’에서 4강에 오른 강민(KTF)을 제외하곤 박성준, 최연성 등 대부분이 약속이라도 한듯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이제 이윤열의 남은 목표는 ‘마에스트로 저그’ 마재윤(CJ엔투스)의 벽을 넘는 일이다. 이윤열은 다음달 1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제 3회 슈퍼파이트’에서 마재윤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외나무 대결을 벌인다. 이 대회는 CJ측이 양대 방송 개인 리그 우승자끼리의 빅매치를 완성함으로써 사실상 당대 최고의 지존을 뽑는 빅 이벤트가됐다. 만약 이윤열이 이 대회에서 마재윤 마저 꺾고 우승한다면, 당분간 이윤열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마재윤이 누구인가. 약관 스무살의 마재윤은 MSL에서 네번 연속 결승에 진출, 세번이나 우승한 당대 최고의 저그 유저다. 지난달 한국e스포츠협(KeSPA) 선정 스타크래프트 부문 공인 랭킹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마재윤은 특히 이윤열의 라이벌인 ‘괴물’ 최연성의 천적이기도하다. 또 지난달 3일 ‘제 1회 슈퍼파이트’에서 군입대를 앞둔 임요환을 3대 0으로 간단히 일축, 강력한 포스를 발휘한 바 있다. 마재윤으로선 천재 이윤열을 제압한다면, 최연성·임요환·이윤열이라는 역대 최강의 ‘빅3’ 테란을 모조리 제압하는 위업을 달성하는 것이다. 저그는 종족 상성상 테란에 비교 열위에 있다.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감각의 소유자로 ‘천재’란 닉네임을 얻었음에도 황제의 그늘에 가려 6년째 ‘천재’에 머무른 이윤열이 사상 첫 ‘골든 마우스’를 획득한 여세를 몰아 ‘마에스트로’의 저항을 물리치고 진정한 스타크래프트계 새 황제로 등극할 수 있을 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e스포츠계는 물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