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기자의 고수에게 배운다]길드워(상)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길드워’는 이상하게도 국내에만 들어오면 작아진다. 서버에 접속해도 우리말을 사용하는 유저를 찾아 보기란 극히 힘든 게 사실이다. 온라인게임 강국인 국내에선 인기가 없는데 왜 해외에선 고공행진을 할까.  이 의문을 풀고 콘텐츠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길드워’ 고수를 찾기로 결정했다. 고수를 찾는 일 자체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고수는 놀랍게도 대단한 미모의 젊은 여성이었다. “어려워서요. 다른 게임보다 ‘길드워’는 난이도가 높아요. 그냥 계속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저도 모르게.”탤런트 허영란과 흡사한 외모를 지닌 이미진씨(24)는 ‘길드워’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보통, 쉽고 간편한 게임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미진씨는 ‘길드워’ 게임홀릭팜이라는 길드 소속이다. 대회를 위해 조직된 길드로서 오로지 고수만 가입할 수 있다. 현재 길드원은 정확히 11명. 게임내에서 〔fam〕이라고 캐릭터 이름 옆에 붙은 유저가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이미진씨는 ‘Sunshine Miya’로 통한다(이하 미야로 표기). # 높은 난이도에 매력일단 MMORPG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이언트를 실행하고 게임에 들어가니 워리어, 레인저, 몽크, 네크로맨서 등 다양한 클래스가 나열돼 있었다. ‘길드워’는 PVP가 가장 핵심인 작품이기 때문에 퀘스트로 수행하는 롤플레잉보다 곧바로 PVP 전투를 배우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미야는 몽크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몽크는 힐러다. 힐러는 MMORPG에서 파티원들의 회복, 안전, 보호를 책임진다. 파티원들이 전투를 벌이면 당연히 데미지를 입는다. 그러면 힐러가 뒤에서 마법으로 체력과 마나 등 여러 가지 저주를 풀거나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MMORPG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며 반드시 필요한 클래스다.“몽크도 힐러하고 천벌로 크게 나눌 수 있어요. 자기가 원하는 스킬을 중점적으로 배우면 같은 몽크라도 다르게 성장하게 되죠. 우선 힐러로 하시죠. 제가 전문이기도 해요.”사부의 말을 어찌 거역할 수 있으랴. 그래서 몽크를 선택하고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얼굴, 키, 피부색, 헤어스타일 등등 미야는 일일이 간섭하며 이쁘게 만들라고 구박을 줬다. 캐릭터가 이쁘지 않으면 정이 안 간다는 것이 사부의 지론이었다.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나만의 캐릭터가 창조됐다. 드디어 PVP 서버로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난 것이다. 원래 ‘길드워’는 최고 레벨로 PVP를 곧바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특별한 준비는 필요 없었다. 이제 사부만 합류하면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사부도 능숙한 솜씨로 서버에 접속했다. # MMORPG의 필수 ‘힐러’ 발타자르 군도에 모습을 드러낸 미야. 자신의 캐릭터 이쁘지 않냐며 미소지었다. 물론 장인의 손길과 고수의 세심한 노력에 의해 캐릭터는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냈다. 하지만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아닌가. 도대체 어쩌라고?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서 만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분위기 험악하게 쓸데없는 코멘트는 삼가야 한다.“아주 훌륭한 캐릭터를 만들어 놓으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아부성 발언에 흡족(?)해진 사부는 발타자르 군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초보자들이 컨트롤과 이동 등 여러 가지 기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전투 교관에게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방법과 공격, 스킬의 사용법 등을 배울 수 있는데 효과 범위 교관이 중요하다고 알려줬다. 자신이 사용하는 스킬의 범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는 일이 많다며 몇 차례 시범까지 보였다.  그리고 인터페이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길드워’는 인터페이스를 유저 자신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고 아예 없애버리는 일도 가능하다. 사부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직접 움켜 쥐고 가장 편리한 스타일로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미니맵을 크게 만들었다. 미니맵의 정보는 파티원들과 공유되는데 마치 메모지처럼 적거나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디를 공격하자는 표시를 미니맵에 표시만 하면 간단히 눈치 챌 수 있는 것이다. 또 각종 게이지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 화면이 가리지 않도록 했고, 파티원의 상태를 나타내는 창은 다소 크게 만들었다. 몽크는 파티원들의 상태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전투에 적합한 상태로 수정 “그런데 마법은 언제 배우나요. 손이 근질거리는데.”“일단 PVP에선 기본적으로 다 가능해요. 일부 스킬은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엔 전혀 지장이 없죠. 일단 스킬을 다 외워야 해요. 그리고 스킬창의 단축키를 모조리 암기하세요. 그래야 실전에 들어갈 수 있어요.”너무 성급했나 보다. 몽크의 스킬이 무엇이 있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암기 과목에서 늘 취약했던 아픈 과거가 갑자기 떠올랐다. 뭘 외우는 것이 정말 싫은 나. 그래서 사부에게 이왕이면 실전을 좀 보여 달라고 했다. “실제로 전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스킬을 보여 주시면 제가 금방 외워서 칭찬받을 것 같은데요. 헤헤.”“그럼 그럴까요.”잠시 생각하더니 사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랜덤 아레나로 장소를 옮겨 파티원을 구하기 시작했다. 과연 랜덤 아레나에서는 어떤 일이 벌여졌을까. 다음 호를 기대하시라.

김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