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업계의 최대 숙원중 하나였던 패치(업데이트)의 업계 자율 심의가 적극 추진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문화관광부와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가 온라인 게임의 등급 변경에 영향을 줄 정도의 중요한 업데이트를 제외한 버그 패치, 보안 패치 등 단순 패치를 업계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에 모든 패치 내용을 게임위에 통보하는 ‘패치 신고제’를 도입키로하고 현재 국회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비록 단순 패치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패치 심의의 민간 이양은 게임류의 등급분류와 심의가 실시된 이후 처음있는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서비스중인 온라인 게임의 등급 변화에 영향을 줄 소지가 미약한 단순 패치를 업계 자율에 맡기자는 문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시절부터 매우 심도있게 논의돼왔던 부분이다. ‘게임산업진흥법’ 제정 전인 올 초까지만해도 영등위와 게임산업협회가 암묵적인 합의까지 도출해냈던 상태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가 온라인게임 역기능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문화부가 지난 8월 ‘바다이야기’ 사태를 전후해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같은 ‘자율 심의’ 얘기가 명분을 잃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지난달 30일 게임위가 공식 출범하고 심사 적체 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온라인 게임 심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패치 심의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전담기관인 게임위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다시 급류를 타기 시작한 것. 황인선 게임위 사무국장은 이와관련, “문화부쪽에서 적극적인 (단순패치 민간이양)얘기도 있고 궁극적으로 산업 진흥을 위해 그게 맞다는 판단 아래 이번 주부터 게임협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과 차례로 미팅을 가질 것”이라며 “가능한 한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산업진흥·심사적체 해소 등 ‘다목적 카드’ 단순 패치 심의를 업계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행정 낭비를 최소화하고 업계의 심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관련 산업을 진흥시킨다는 대의 명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온라인게임 심의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패치 심의는 대부분 기존에 부여받은 등급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단순 패치이다. 그럼에도 일일이 심의를 받도록해 업계의 불만이 고조돼왔다. 심지어 버그를 잡거나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패치까지도 심의대상에 포함, ‘행정 낭비’라는 지적이 받아왔다. 이에따라 일부 업체는 아예 패치 심의를 받지않고 서비스를 강행, 관계 기관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던 게 그동안의 사정이다. 만성 심의 적체 현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게임 등급분류 전담 기관인 게임위가 발족했지만,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업데이트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와 (심의)수요를 원활히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대세에 지장이 없는 단순 패치 심의는 민간에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게임위측이 전문위원 등 정식 직원 외에 자문위원 등 다양한 인력풀을 활용하는 등 대안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기획예산처가 게임위 예산을 대폭 삭감한 상황에서 인력 충원 등에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을 전개하는 등 ‘규제’에 올인해온 정부가 점차 산업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진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사실 “참여정부가 ‘게임산업진흥법’까지 만들며 ‘2010년 세계 3대 게임 강국 구현’을 기치로 내걸었음에도 대부분의 정책 역량을 사행성 게임 근절에 맞추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난의 녹소리가 높다. 김기만 게임위 위원장은 “게임위는 규제를 위한 곳이 아니라 진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차제에 산업 진흥을 위해 풀 것은 과감히 풀고, 남는 힘을 사행성 게임을 뿌리뽑는데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간 이양 포괄적으로 적용돼야 이처럼 문화부와 게임위가 단순 패치의 민간 이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본격 시행되기 까지는 여러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과몰입 현상, 아이템 현금 거래 등 온라인 게임 역기능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와 함께 더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 단체들이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없지않다. 기존 진흥법상 등급분류 체계가 당초 ‘전체 이용가’와 ‘청소년 이용불가’ 등 2분류체계에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 이용 불가’ 등 4분류 체계로 환원키로 한 것이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단순 패치’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구분짓기 어렵다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버그 및 보안패치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게임의 일부 내용 변화를 수반하는 업그레이드 패치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업계는 1년에 1∼2회 실시하는 대형 패치는 몰라도 매월 혹은 매주 실시하는 간단한 패치까지 아예 자율 심의로 돌려야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문화부와 게임위측이 어디까지 양보할 지 미지수다. 임원재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자율 심의 실시에 대비해 인력, 시스템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며 “업계가 누구보다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인만큼 자율심의를 보다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산업 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행정 부담 절감 기대 과거와 달리 패치의 성격과 규모를 떠나 모든 패치에 대해 게임위에 내용을 통보하는 ‘패치 신고제’ 도입을 추진중인 것도 경우에 따라 자율 심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제 21조에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내용을 수정할 경우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바에따라 게임위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 황인선 사무국장은 이와관련, “모든 패치물에 대해 신고를 받아 필증을 부여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자율심의 전환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모든 패치 신고 의무화 조항을 법에 명시한다는 것은 장차 어떤식으로든 자율 심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여러 정황을 충분히 고려할 때 온라인 게임 업계의 숙원인 자율 심의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심의에 발목이 잡혀 서비스에 적지않이 지장을 받았던 업계의 행정 및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바다이야기 사태’ 여파로 위축됐던 게임업계 전반의 분위기 전환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설령 단순 버그 및 보안패치로 업계 자율 심의의 폭이 제한된다고 해도 업계의 부담 해소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게임이 참여정부가 공인한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인 만큼 문화부 등 관련부처와 게임위의 보다 과감한 지원과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