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 전체 구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공부문 구매제도가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발주관리 행태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맺은 결실이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부와 전자신문사는 28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SW가치를 정당하게 인정 받기 위한 법제도개선을 종합 평가하고 내년 SW산업을 조망하는 ‘소프트웨어포럼(NSF) 2006 결산좌담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12월 ‘SW강국’을 선언한 정부는 공공부문의 선진화된 SW구매관행이 발주관리 선진화의 첫걸음이라고 판단, 적잖은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제도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이들 계획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 지난 3월 발표한 ‘SW공공구매 혁신방안’이다.
◇제도 개선 성과 커=‘SW공공구매 혁신방안’은 구매단계를 예산편성·발주준비·사업자선정·사업관리·감리·유지보수 5단계로 구분했으며 각 분야에 해당하는 상당한 개선작업이 뒤따랐다.
예산편성단계에서는 2007년도 예산편성지침에 일정기준 이상 SW사업자에 대한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를 의무화하고 유지보수요율(10∼15%)을 반영토록 했다. 동시에 공개SW 도입확대를 위해 지침에 공개SW 우선검토를 명시했다.
발주준비 단계에서는 기능점수방식 산정체계 확대와 우수SW 분리발주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기능점수 산정지원사이트를 개설하는 한편 세출예산집행지침에 우수 패키지 분리발주를 권고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사업자선정단계에서는 조달제도를 개선, 최저가가 아닌 최빈가로 계약을 체결토록 했으며 중소SW기업의 사업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기술성평가기준에 GS인증제품과 중소기업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평가요소 항목을 신설했다.
지난 4월에는 공공기관 SW 개발사업의 가격산정 기준이 되는 ‘SW사업대가기준’을 당초 예상보다 높은 10.4%로 인상했다.
가장 주목할만한 제도개선의 성과는 지난 9월 29일에는 SW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SW표준계약서를 재정경제부 회계예규인 기술용역계약일반조건에 반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발주기관과 SW사업자 간 SW사업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한 표준계약서가 없어 SW사업 계약체결 후 많은 문제와 분쟁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피해가 SW사업자에 전가되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또 SW사업의 성격상 빈번히 발생하는 과업내용 변경에 대해 기준을 정하고 이에 대한 식별방법과 변경절차를 계약조건에 명문화, 발주기관이나 SW사업자가 합리적으로 과업내용 변경을 관리하고 대가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발주기관에 귀속됐던 SW 지재권 귀속문제를 계약당사자가 상호 협의 하에 결정하게 하는 한편, SW사업자가 지재권 확보를 통해 개발한 SW에 대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뿐만 아니라, 하자보수나 유지보수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하자보수기간과 개념을 분명히 해 분쟁의 소지를 없앴다.
◇어떤 의미가 있나= 정부의 제도개선은 지금까지 SW업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부분을 실질적인 개선책으로 도출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업체 관계자는 “각종 제도개선은 법제도에 민감한 공공분야 구매 관행을 바꿔놓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특히 공공부문의 선진화된 발주 구매 관행은 민간시장의 준거사이트가 되는 만큼 전체 SW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중소기업의 컨소시엄 참여 여부와 GS인증 제품 채택 여부를 제안서 평가 시 반영키로 한 것은 계약 관행에 이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술용역계약일반조건에 포함된 SW사업계약조건은 SW사업 수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도개선의 실행력을 담보하려면
정부의 제도개선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여전히 발주부서가 적극 동참할 수 있는 강한 유인책을 제시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많은 육성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발주부서가 이 같은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우선, SW 구매 프로세스를 선진화하는 것이 공공 정보화의 중요한 성공요인이라는 점을 발주공무원 스스로가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마련된 장치들에 대해 일정부문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단순한 권고 사항 수준으로는 관행화된 발주구매 체계를 변화시키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공공SW산업 사전규격서를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사전규격서 전체의 63%가 각종 제도·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특히 무상하자보증 1년과 중소기업우대항목은 준수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진흥법 등에 명시된 내용들은 대부분 준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제도·지침에 부여된 강제성이 없어 발주공무원이 구태여 이를 적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마련한 각종 제도가 대부분 권고 내지 지침에 그치는 상황에서 발주담당 공무원이 관행을 거스르며 이를 도입할 이유는 없다”며 “꼭 필요한 분야는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종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비용과 인력증원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고-SW산업, 이젠 도약할 때
: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2006년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계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동안 업계의 숙원 사항으로 거론되던 제도적 문제들이 상당부문 해결된 해이기 때문이다.
용약계약일반조건의 SW사업계약, SW사업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 기준, SW사업 제안서 보상기준 등에 관한 운영 규정, 정보화 프로젝트 과업 변경에 따른 보상 등이 새로 제정되거나 개정됐다. 이러한 부문은 정보화 사업이 국가계약법 상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지금까지 악순환 구조를 개선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이 같은 성과를 통해 현재 SW업계가 처한 여건은 힘들지만 새로운 희망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또 산업계와 정책담당부서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쉬운 부문도 있다. 그 중에서도 IT서비스산업의 감사 관행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 수행되는 감사는 성과물보다는 예산 집행, 하도급 승인, 투입 인력과 같은 예산절감과 관련된 사항을 집중적으로 감사한다. 또 계약금액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정통부가 고시한 사업대가기준을 적용해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의 적정성까지 판단하고자 수행업체의 재무제표 조사와 원가 공개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을 적용하는 사업으로 비용과 기술 측면에서 타 사업과 다른 구조를 가진 IT서비스와 SW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업의 난이도, 특수성, 업체의 보유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예산 절감 차원이 아닌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과 사업결과물의 활용도, 대국민 서비스의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감사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야 한다.
이제 SW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앞으로 SW산업의 경쟁력과 성과 향상을 위한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SW산업 발전을 한 단계 더 높일 산학연정의 합심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올해가 국내 SW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해였다면 내년은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SW강국의 첫걸음을 내딛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audust3818@hanmail.net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W공공구매 단계별 제도개선 추진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