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상생의 지렛대 `IT`

[통일칼럼]남북 상생의 지렛대 `IT`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긴장·갈등 국면이 외교적 해결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10월 말 북·미·중의 6자회담 재개 합의, 북한의 핵 포기 시 한국전 종료 선언을 검토할 것이라는 미국의 발표, 대북 금융제재 해제와 핵문제 해결 연계 시사 등에 따른 것이다. 관련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더는 긴장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반도의 긴박한 상황전개와 함께 등장한 ‘북핵’이라는 말은 1993년 3월 세계를 긴장시켰던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에서 등장했다. 이듬해인 1994년 10월 핵문제에 관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한 ‘북·미 제네바 고위급 회담’과 1995년 대북 경수로 공급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 체결은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2000년 경수로 공급지연을 문제삼은 북한의 제네바 합의 파기 경고, 2002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중유지원 중단 발표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결의문 채택, 2003년 북한의 NPT 탈퇴선언은 한반도 주변을 긴장 속으로 이끌었다. 이후 다섯 차례에 거친 6자회담은 뚜렷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안개국면을 예고했고 결국 지난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이라는 질문은 역사발전을 위한 실천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역사를 통해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다양한 가정을 할 수 있다. 그 가정은 북한의 내부사정 및 국제적 압력에의 대응일 수도 있고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의 정치적 환경 또는 북핵에 대한 인식 및 대응일 수도 있다.

 여기서 직면한 북핵문제와 관련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가정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만약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돼 북한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이었다면 극단적 핵실험이 북한의 유일한 선택이었을까?’. 현실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은 국제적 정세와 정치적 기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남북 경제협력은 역으로 안정적 평화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10년 넘게 부침을 거듭해온 북핵문제를 겪어오면서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소중한 교훈이다.

 남북 경제협력이 안정적 평화기반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대외적 의사결정 시 경제협력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고려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협력 규모의 확대는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철저하게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우리 기업의 진출이 전제될 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남북 IT협력은 경제적 관점에서 어느 일방이 아닌 서로에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어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IT분야에서는 2006년 7월 현재 총 14건의 경제협력사업이 승인돼 1805만달러 규모의 대북 투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14건의 협력사업 중 9건이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사업이라는 점은 경제성이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어 시선이 쏠린다. 향후 남북 경제협력에서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기반 구축에서 IT부문의 역할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러나 북핵과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있을 때 상호발전을 가로막는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북핵 국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지금, 남북 경제협력의 실천적·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hoicksuk@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