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회기를 10여일 앞둔 가운데 법률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원회의 막바지 심사가 한창이다.
특히 IT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문화관광위원회에는 각각 13건과 32건 등 모두 45건이 무더기로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는 인터넷 부분 실명제, 온라인게임 이용시간 제한, 위성방송의 대기업 지분제한 완화 등 산업계 파급효과가 크고 민감한 법률안이 적지 않아 연내 통과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기정위 법안들=과기정위에 상정된 법안 가운데는 인터넷에서 부분적인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두 건이나 상정돼 눈길을 끈다. 정부가 제출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인터넷에서 제한적인 본인확인제 도입을 담고 있다. 또 이상배 의원(한나라당)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자 실명확인 등에 관한 법률안’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전에 실명확인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 두 법안은 현재 표현의 자유와 배치되는 점 등에서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통과 여부도 관심사다.
◇문광위 법안들=박형준 의원(한나라당)이 위성방송의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상임위 통과가 유력하다. 이 법안은 위성방송의 대기업 지분을 현행 33%에서 49%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의원이 함께 발의한 법안 중 지상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 계약을 한 채널사용사업자(PP)도 지상파방송사업자로 본다는 것도 통과가 유력하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지상파DMB의 임대PP의 광고영업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대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광철 의원(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설치법안도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윤원호 의원(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공익채널과 종교채널 의무편성에 관한 법안도 처리가 유력하다.
◇산업계, 법안 통과에 촉각=박형준 의원이 발의한 위성방송의 대기업 지분제한 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위성방송사업자의 자본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증자 등으로 추가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 과기정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문광위 의원들이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와 위성DMB 사업자인 티유미디어 모두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 완화를 통해 추가 자금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며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일정상 이번 정기국회 마감인 다음달 9일까지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만 정기국회가 연말까지 연장될 경우 회기 내 통과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법안에서는 위성방송 사업자에 티유미디어를 포함시킬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희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온라인게임 중독 해소를 위해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일명 ‘셧다운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어 게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것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밖에 인터넷에 부분적인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도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수 있다는 의견과 엇갈리고 있어 통과가 불확실하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