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와이브로(WiBro) 등 3.5세대(G) 통신서비스에서 기술 주도권을 쥐면서 PC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PC는 델·HP·레노버 등 다국적 제조업체와 대만·중국산 저가제품에 밀려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졌으나 최근 차세대 통신 기능을 내장한 노트북PC·울트라모바일(UM)PC 등 고부가 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수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특히 통신 기능 탑재 제품은 현지 통신사업자의 유통채널에 B2B 형태로 공급이 가능해 기술만 인정받으면 대형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7일 삼성전자는 최근 스페인 최대 통신업체 텔레포니카에 초도 8000대 물량의 노트북PC(R40)를 공급하기로 계약하고 이달에 1차분 물량 4000대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텔레포니카는 이 PC를 초고속 인터넷망에 연결, 실시간 주문·결제가 필요한 전국 1만2000개 복권판매점에 설치할 예정이어서 추가 물량 확보도 기대된다.
삼성은 또 HSDPA 통신모듈을 내장한 UMPC(Q1)와 서브노트북PC(Q40) 2000여대를 영국 보다폰에 내년 1월까지 공급하기로 계약했으며 독일 T모바일에도 같은 제품 공급을 목표로 통신 모듈을 테스트 중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텔레콤이탈리아에는 UMPC 2000대를 B2B 형태로 공급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개인 고객을 겨냥한 시장(B2C)은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AS 3박자가 맞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에 통신사업자 등 B2B 시장에는 기술력만 인정받으면 대형 수주가 가능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삼보컴퓨터의 PC 수출 행보도 빨라졌다. LG전자는 유럽과 중남미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노트북PC 브랜드력 제고에 나서는 한편 HSDPA 모듈 내장 제품군과 서브 노트북PC 등 고부가 제품의 현지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 삼보컴퓨터는 ‘에버라텍’ 브랜드로 미국 법인에서 월마트·베스트바이 등에 월 2만∼3만대의 노트북PC를 판매 중이며 대형 기업 고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업체를 통틀어도 PC 수출이 연간 100만대에 못미치는 등 아직은 미미하다”면서 “기술은 뒤처지지 않는만큼 브랜드를 알리고 AS망을 갖춘다면 머지않아 대형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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