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를 노려라!’
은행권이 중소기업과 소호(SOHO) 등 이른바 ‘롱테일’(long tail) 시장잡기에 나섰다. 롱테일이란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다수 ‘꼬리’ 고객을 일컫는 경제용어로 기존 마케팅 법칙에서 전체의 80%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20%의 대형 고객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동안 대형 기업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던 은행권에서 중소기업과 소호 마케팅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이들 기업이 부도 등으로 인한 위험이 높은 만큼 수익성도 10% 이상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이후 대출자금이 중소기업으로 몰리는 등 이 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시장 공략 전략을 펴고 있다.
◇ ‘긴꼬리’가 있다=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 소호 시장이 대기업과 같은 대형 고객 못지 않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율이 4%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면서 은행권에서 자산운용 규모를 늘리기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시장이 새로운 수익 창출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대형·중소·개인 고객 각각의 수익규모가 거의 비슷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중소기업과 소호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의 이성제 상품개발부 차장은 “중소기업과 소호는 은행권의 ‘블루오션’”이라며 “단순 대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기업 대상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소호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3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조6000억원에 비해 3.5배 이상 늘어났다.
◇‘긴꼬리’ 잡기 잰걸음=은행권에서는 롱테일 시장 선점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가운데서도 국민·하나은행이 중소기업과 소호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일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와 협약을 맺고 특별우대금리 제공, 융자 신청시 서류 간소화 등 자영업자 지원책을 내놓았다. 또 모든 영업점에 중소기업 전용 상담창구를 설치해 금융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최근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소호마스터스클럽’을 내놓고 소호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호 사업자의 매출관리를 돕는 한편 소호 전용 인터넷뱅킹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고객 수를 늘리는 한편, 소호 대출도 지난해 말에 비해 60% 이상 크게 늘렸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용 자금관리서비스(CMS) ‘캐시원’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고 우리은행에서는 중소기업 업종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김정기 중소기업전략팀 부부장은 “대형 고객 시장은 포화 상태인데다 주택담보 대출이 묶이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소기업과 소호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다른 고객층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반면 고도의 상품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아 은행권에서 이 시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은행별 중소기업 소호지원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