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IT산업 결산]u미디어

◆통신·방송서비스

 올해 통신·방송 업계는 융·복합 시대에 대비해 △컨버전스 전략 △차세대 서비스 △글로벌 비즈니스에 힘을 쏟았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4000만명을 돌파했고 DMB 이용자도 300만명을 넘어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하나TV 망 차단 등 네트워크 중립성을 둘러싼 잡음과 업체 간 소모적인 출혈경쟁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 4000만, 300만, 100만=올해는 유난히 의미있는 기록이 많이 쏟아졌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서비스 개시 22년 만에 4000만명을 넘어섰다. 진정한 의미의 1인 1휴대폰 시대가 열렸다. DMB 사용자는 지난 10월 300만명을 돌파했다. 서비스 개시 1년 남짓한 기간의 성과다. 연말이면 지상파DMB 250만대(보급대수 기준), 위성DMB 100만대(유료 가입자 기준)로 늘어날 전망이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파워콤이 1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해 업계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SK텔레콤이 5월 시작한 HSDPA 서비스가 개시 6개월 만에 10만 사용자를 넘어섰으며 하나TV도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 새 서비스, 새 도전=지난 5∼6월 SK텔레콤과 KTF가 선보인 WCDMA/HSDPA 서비스는 3G 시대 개막을 신호탄이었다. 양사는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HSDPA 전국망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선언, 이동통신시장 경쟁의 새 시대를 예고했다. HSDPA는 유선 인터넷 수준의 빠른 네트워크를 지원, 이동전화를 ‘듣는 전화’에서 ‘보는 전화’로 진화시키는 기폭제로 기대된다. KT와 SK텔레콤이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와이브로도 HSDPA와 더불어 통신시장 세대 교체의 주역으로 꼽힌다. 올해 방송시장에서는 방송의 디지털전환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정부가 아날로그 방송 중단 시점을 2012년으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들이 2010년까지 ‘민간 주도의 디지털 전환 완료’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 단연 화제였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SK텔레콤은 미국시장에서 MVNO 사업자인 힐리오 출범시켰으며 차이나유니콤에 지분투자 등을 단행했다. KTF는 3G 서비스 강화를 위해 NTT도코모와 제휴하는 등 글로벌화를 지향했다.

◇첨단 서비스에 경쟁방식은 구태=방송·통신 간, 유무선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LG텔레콤의 기분존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왔다. 하지만 업체 간 출혈경쟁이라는 과거를 답습했다. 불법 보조금 지급이 판쳤으며 가입자 유치를 위한 소모적인 경쟁도 만연했다. 통신위가 올해 이통 3사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도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초고속 업계의 마케팅 비용은 올해 정점을 이뤘다. 파워콤의 하나TV 망 차단에 따라 네트워크 중립성 문제가 불거졌으며 트래픽을 유발한 사업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이슈도 제기됐다.

LG텔레콤의 동기식IMT2000 사업권 반납으로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화제 속에 경인지역 민영방송 사업자로 선정된 ‘경인TV 컨소시엄’은 최대주주가 국가 정보유출 의혹에 휩싸이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미디어·콘텐츠

 통신 대기업의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인터넷 미디어 업계의 M&A 등이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다. KT·SK텔레콤 등 통신 대기업의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컨버전스와 각종 미디어 융합 서비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 수익을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미디어 업계에서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전격 인수, 신 포털 3강 구도를 형성했으며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웹2.0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중견 인터넷 벤처들이 주목받았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공격적 투자=KT는 IPTV 사업을 위해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를 인수, 영화 펀드를 조성했다. 이에 질세라 SK텔레콤도 싸이더스iHQ와 YBM음반, 올리브나인 등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유무선 통신 양대 산맥인 KT와 SK텔레콤의 공격적인 투자로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대기업 자본 유입이 현실화했다. 산업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졌다. 이렇듯 통신 영역과 미디어·콘텐츠 영역이 파괴되면서 HSDPA·WCDMA 등 3세대 이동통신, 와이브로 등 네트워크 기술과 PMP·DMB·디지털TV 등 융합 기기들도 새삼 주목받기 시작했다. CJ그룹도 인터넷 뉴미디어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에 이례적으로 지분 투자를 감행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낳았다.

◇인터넷·미디어 업계, M&A 소용돌이의 한 해=올해 인터넷·미디어 업계의 가장 주목받는 사업자는 SK커뮤니케이션즈다. 가장 공격적인 M&A전략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올초 블로그 전문서비스 ‘이글루스’와 온라인 교육 업체 ‘이투스’를 인수한 데 이어 검색 포털 엠파스를 인수하면서 일약 인터넷·미디어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NHN도 검색 인력 확충과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위해 검색 포털 ‘첫눈’을 인수했으며 스토리지 전문기업 ‘데이터코러스’에 지분 투자했다.

UCC 동영상으로 촉발된 멀티미디어 서비스 붐과 웹2.0 열풍으로 인해 중견 전문 벤처들이 급부상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UCC 및 웹2.0 서비스의 안정적인 수익구도를 아직 찾지 못한 게 인터넷·미디어 업계의 숙제로 남았다.

◆통신장비

 올해 통신장비 업계는 차세대 설비 투자 개시와 해외시장 개척, 인수합병 등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연초 기대했던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보다 장비수요는 크게 늘어났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 3G 이동통신(WCDMA) 등 차세대 설비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했다.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국내 대표 통신장비 업체 다산네트웍스가 매출 1500억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1000억원을 넘기 힘든 국내 통신장비 제조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실적은 매우 이례적이다.

쏠리테크, 케이엠더블유 등 중계기 및 기지국 장비 업체들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2-3개 장비 업체들이 올해 ‘매출 1000억원 클럽’에 추가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차세대 준비에 실패한 업체들의 실적은 바닥권을 맴돌며 선·후발 업체간 명암이 뚜렸해졌다.

차세대 수출 상품인 와이브로 장비의 해외 보급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미국 스프린트를 비롯해 일본 KDDI, 이탈리아 TI, 브라질 TVA, 베네수엘라 옴니비전 등이 잇달아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와이브로에 관심을 보이는 세계 통신사업자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인수·합병 시장에는 알카텔과 루슨트테크놀러지가 합병을 결정,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또 하나의 거대 공룡이 탄생했다. 지멘스와 노키아도 통신 설비부문에서 합작사를 만들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어바이어도 IP통신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내년에도 통신장비 업계는 댁내광가입자망(FTTH), 인터넷전화(VoIP), IP텔레포니 등 차세대 장비 수요를 중심으로 새 기회를 잡게 될 전망이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