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반도체나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 1등이라면, 당연히 측정 능력에서도 1등이어야 합니다. 이는 그동안 선진국을 좇던 때와는 다른 입장에 서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달 국내 처음으로 국제측정연합(IMEKO) 기술국 의장 겸 차기회장에 선임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강대임 선임부장(49)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박막 측정 장비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이기에 측정표준 또한 삼성이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할 수 없다”며 “이러한 세계 초일류 기업의 측정 기술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IMEKO는 지난 58년 창설된 비정부 국제 민간측정전문 기구로 독일, 영국, 일본 등 36개국 750여 명의 회원이 기술국 산하 질량, 광학, 전기량 측정 등 23개 기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제 측정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강 의장은 오는 2009년 9월까지 IMEKO 기술국 의장으로 활동하게 되며 같은 해 10월부터 3년 임기로 IMEKO 회장에 정식 취임하게 된다.
강 의장은 “그동안 측정분야의 헤게모니를 선진국이 쥐고 움직여 온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선도하는 첨단 IT분야 만큼은 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의 측정 기술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근에 생긴 안전이나 진동, 생명, 환경 등 ‘삶의 질’과 관련한 분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의 활성화와 더불어 산업의 근간이 되는 화학분야 측정 표준을 주도,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강 의장은 “그동안 측정연합의 활동이 소수 전문가 그룹에 의해 움직여 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앞으로는 대학, 교정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는 측정 보급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강 의장은 우리 나라 측정 능력에 대해 “측정 수준의 잣대가 되는 국제 상호 비교 프로그램에 200여 개 넘게 참여하고 있는데다 국제 도량형 기구 등의 평가를 봐도 세계 7위 수준은 맞다”며 “그러나 ‘7’이라는 숫자가 업체까지 모두 포함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산업체의 측정 기술 수준은 또 다른 문제라는 인식이다.
“비록 IMEKO가 비정부 기구이지만 국제 기구의 대표로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만 해도 전략적으로 부회장을 상임으로 밀어 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측정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