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주부들은 분주해진다. 김장날 하루 전부터 배추를 씻고, 절인다. 버무릴 양념도 준비한다. 김장날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겨우내 먹을 김장김치를 함께 담근다.
김장철이면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집중국이다. 김장철과 우편 집중국은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김장 때문에 바쁜 것이 맞다. 바로 최근 도시 주부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절임배추 때문이다. 우편 집중국은 밀려드는 절임배추 택배물량을 전국으로 배달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실 주부들에게 김장철은 반갑지만은 않다. 아파트 등 도시의 주거환경에는 배추를 씻고, 절일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 김장 쓰레기 처리도 골치다. 또 바쁜 생활 중에 김장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김장 준비를 위한 일손을 크게 덜어주는 것이 바로 절임배추다. 배달된 배추를 씻을 필요도 없이 그대로 양념만 버무리면 된다. 일손 절감은 물론 맛도 좋아 도시 주부들에게는 최고 인기다.
절임배추 원산지는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충북 괴산군. 지난 96년부터 지역특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괴산 절임배추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올해도 예약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절임배추란 청정지역 괴산에서 재배한 배추를 청정 암반수로 깨끗이 씻어내고, 소금물에 절여 판매하는 것. 괴산군에 따르면 현재 군내 64개 작목반 500여 농가가 대학찰옥수수·잎담배·감자 등의 후작으로 배추를 재배하여 연 70억원 이상의 농업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절임배추를 전국으로 배달하는 데 큰 몫을 하는 것이 우체국 택배다. 일반 택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농민들은 신뢰성이 높은 우체국 택배를 더 선호한다.
괴산군 옥성작목반 김영수 반장은 “올해에는 우체국 택배와 계약을 맺고 배달을 우체국에 전담시켰다”며 “많은 물량을 제시간에 배달해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편 집중국은 김장철에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절임배추 배달 물량이 11∼12월 두달 안에 집중되는 데다, 상자당 무게가 20㎏이나 나가기 때문이다. 절임배추 산지인 괴산 우체국은 올해 이미 5만 상자 이상을 전국으로 발송했다. 1000톤을 넘게 운반한 셈이다.
서울 우편집중국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괴산 절임배추가 인기를 끌면서 타 지역에서도 절임배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동서울 우편집중국 관계자는 “많이 올 때는 하루 수백 상자도 들어온다”며 “추석 이후에는 절임배추 뿐만 아니라 감자, 고구마, 감귤 등 지역 특산물이 올라와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체국 택배의 정확한 배달을 믿고 고객들이 맡기는 만큼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