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디지털 해적판으로 사이버 공간 몸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불법 영화 복제에 따른 피해 규모

 지난달 애플 ‘아이튠스’ 플랫폼에 영화 콘텐츠를 실어 나르겠다고 정식으로 선언해 관심을 모았던 월트디즈니가 이를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휴는 발표 당시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제작사가 온라인에 합법적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불과 한 달만에 월트디즈니는 애플과 합의를 뒤짚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디즈니는 애플 측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영화 콘텐츠가 공유된다면 무단으로 복제돼 유포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력한 보안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텐츠 불법 복제로 몸살=유니버설·폭스·파라마운트·워너 등 주요 할리우드 영화사가 콘텐츠 불법 복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력한 단속과 대대적인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영화 해적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 오히려 복제 기술이 발전하고 유통 구조도 조직적으로 변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불법 콘텐츠 감시업체인 엔비저널 데이비드 프라이스 본부장은 FT와 인터뷰에서 “영화 해적판은 초기에는 극장 혹은 시사회장에서 캠코더로 촬영하거나 제작업체를 매수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3, 4명이 팀을 이뤄 복제에서 제작·유통까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초기에는 화질이 정품보다 떨어졌지만 지금은 화려한 디지털 재생 기술에 힘입어 아무리 못해도 VHS 테이프 이상의 화면을 보장해 준다고 덧붙였다. 일부 복제업체는 별도 사운드팀을 두고 영상만을 복제한 후 다시 사운드를 더빙하는 형태로 효과음을 넣어 오히려 정품보다 더 실감나는 화면을 제공한다.

 ◇단속 더욱 어려워=유통 구조도 훨씬 간편해졌다. 대부분의 불법 복제업체는 전 세계 곳곳에 서버를 두고 첫 해적판을 생산한 후 이를 특정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으로 유통한다. 한 번 인터넷에 올라간 콘텐츠는 와레즈와 같은 P2P 사이트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품과 경쟁하기 보다는 심지어 해적판끼리 경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단속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 프라이스 본부장은 “불법 해적판 데이터를 전송할 때 이를 암호화하거나 작은 패킷 단위로 쪼개서 보낼 정도로 지능화됐으며 흔적도 남지 않아 단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스크린다이제스트는 지난해 해적판으로 영화 제작업체가 입은 피해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6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시사회장·공연장·영화관에서 캠코더 등으로 촬영해 이를 CD나 DVD 혹은 인터넷으로 유포하는 ‘부트레그’ 기법에 따른 피해가 24억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