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는 시기상조인가?’
올봄부터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미미하다. 지난 4월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인 씨네로닷컴의 경우 월 2000만원 선.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합져 봐야 월 3000만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정도다. 이달 초 포털 사이트 ‘파란’을 통해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KTH의 성과도 기대 이하다.
◇원인=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합법적인 서비스 업체는 웹하드 서비스를 통한 네티즌들의 불법적인 영화 콘텐츠 유통이 너무나 빈번하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사용자들의 데이터 저장공간인 아이디스크, 클럽박스, 모노디스크 등에는 최신 영화, 심지어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들이 널려 있다. 비용도 무료 또는 월 2000원 정도면 불법이긴 하지만 무제한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하지만 웹하드 운영업체는 생각이 다르다. 유료 서비스 사이트에는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 대부분 개봉한 지 몇달이나 지난 영화들로 채워져 있는 게 사실이다. 또 하나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물론 월 8000원 정액제를 채택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월 이용료가 1만원이 넘는 데다 최근 워너브러더스의 콘텐츠를 제공중인 iMBC의 경우 최신 영화 한편 가격이 무려 1만200원이다. 물론 영구보관이나 PMP(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 등 다른 기기에도 다운이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영화 콘텐츠 유통 구조의 한계=유료 서비스에 볼만한 영화는 없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콘텐츠 공급 구조상 개봉 영화는 극장에서 사라진 후 45∼90일이 지나야 DVD나 비디오로 나온다. 또 그 다음 45∼90일 후에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최대 6개월이 지나야 극장 개봉 영화를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최신 콘텐츠에 수요가 집중돼 있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성향을 볼 때 ‘볼 것 없는 서비스’임에 틀림없다.
콘텐츠 판권을 갖고 있는 영화 제작 및 배급사들이 콘텐츠 공급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온라인 영화 시장은 연간 150억 내외로 소규모다. 영화 제작사들은 ‘틈새 시장’인 온라인 분야에 적극적으로 콘텐츠 공급을 지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 국내 최대 영화 제작사의 경우 온라인 다운로드 업체에 판권 공급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 영화 사업 담당 임원은 “시장 크기에 따라 유통 환경이 변화한다”며 “온라인 시장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영화 콘텐츠 유통 환경과 네티즌 인식 변화 등을 주시하면서 차츰 전략을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영화 업계 관계자들은 IPTV 등 신규 매체의 등장과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향후 온라인 영화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풀릴 것 같지 않았던 MP3 음악 파일 문제도 유료화가 정착됐듯, 시기가 문제이긴 하지만 영화도 합법적인 다운로드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화 서비스 업체들도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내년초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준비중인 SBSi는 영화 다운로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도구로 PMP를 활용키로 하고 디지털큐브 등과 협력해 패키지 상품을 내놓키로 했다. 다운로드 서비스 가격도 기존 스트리밍 월 정액 서비스보다 저렴한 1만원 내외로 낮출 예정이다.
대표적인 동영상 UCC 사이트인 유튜브가 영화나 음반 제작사와 잇따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합법적인 콘텐츠 제공에 나섰고 월마트 등 유통업체도 영화 다운로드 시장에 진출하는 등 해외에서도 이 시장은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신고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콘텐츠 저작권 보호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 네티즌들이 불법 파일 사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합법적인 서비스가 일반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