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빌트인가전]주방이 가전을 품다..빌트인 가전 시장 활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빌트인 시장 규모

 ‘주방이 가전을 품다.’

 주방에 각종 가전제품을 내장형으로 설치하는 ‘빌트인 가전’ 시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에 빌트인 문화가 소개된 것은 ‘빌트인’이라는 단어마저 생소했던 지난 90년대 초 독일 ‘보쉬-지멘스 그룹’의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네프’의 가스 오븐이 수입되면서부터다.

 올해 국내 빌트인 시장은 작년보다 5∼6% 성장한 5500억원 규모로 연초 예상치인 10∼1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건설 경기와 직결되는 빌트인 가전의 속성상 신규 주택분양 물량 감소와 부동산·내수 경기 저조로 인한 이사 수요·리모델링 수요 감소가 시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주방을 나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꾸미고자 하는 웰빙문화의 확산과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 등으로 내년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업계는 빌트인 가전이 모델하우스에 적용된 시점이 2000년대 초반으로, 부엌의 교체 주기를 7년 정도로 볼 때 내년부터 발생할 교체수요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따라 빌트인 가전 시장은 오는 2010년께 75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규모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기업, B2B·B2C 전방위 공략=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은 올해 주방가구 업체와의 제휴와 제품 라인업 다양화 등으로 빌트인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명품 주방가구업체 ‘살바라니’와 제휴를 통해 프리미엄 가전 제품과 최고급 명품 가구를 결합한 빌트인 신제품 개발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시스템 하우젠’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면서 B2B·B2C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시스템 하우젠’은 주방은 물론이고 거실을 포함한 주거 공간 전체를 한꺼번에 업그레이드하는 ‘원스톱 솔루션’으로, 냉장고·콤비냉장고·드럼세탁기·식기세척기·가스오븐·시스템에어컨 등을 포함한다.

 권혁국 삼성전자 한국 마케팅 상무는 “삼성전자는 소비자 삶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최고급 가전과 가구가 융합된 빌트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국내 빌트인 시장에서 위상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특판 영업 비중이 큰 LG전자도 전략적 제휴사인 한샘의 300여개 대리점을 통한 B2C 영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빌트인 가전 ‘디오스 빌트인’을 출시한 데 이어 최고급 모델로 구성된 ‘디오스 빌트인 스페셜 라인’을 지난달 출시했다.

 광파오븐·식기세척기·김치냉장고·전기오븐·콤비냉장고·가스쿡탑 등 6개 제품을 한샘 부엌가구에 빌트인하는 디오스 빌트인 제품은 한샘 주방가구와 어울리는 패밀리 룩 스타일로 고객이 원하는 주방가구의 디자인·색상과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디오스 스페셜 라인에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빌트인 전용 냉동·냉장고가 추가됐다. LG전자 시스템팀 김병한 상무는 “최근 빌트인 트렌드는 지능형·고급화”라며 “전력선 통신을 이용한 홈네트워크 빌트인 가전 홈넷과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기업,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올해 빌트인 시장은 빌트인의 대중화를 위한 저가 시장과 고급 수입 제품을 선호하는 고가 시장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현상이 뚜렷했다.

 또 주방 가구뿐 아니라 빌트인 기기 역시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새집증후군이 이슈화하면서 친환경적인 자재와 주택 환기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브랜드와 자본력이 대기업에 비해 약한 중소업체들은 이 같은 트렌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대형 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품보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한 차별화 제품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쿠스한트·하츠·엔텍·유로테크 등 10년 이상 빌트인 사업을 전개해온 전문기업들은 후드 등 대기업이 취급하지 않는 틈새 영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고급화 추세에 발맞춰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빌트인 대중화를 위한 저가 제품군도 구비하는 등 매출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후드 전문기업인 하츠가 프리미엄급 레인지 후드인 ‘플래티넘 컬렉션’으로 큰 인기를 끈 데 이어 쿠스한트도 세계 최초로 오븐과 후드가 결합된 ‘무빙오븐후드’를 최근 선보였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표방하는 유로테크는 황동을 소재로 채택한 고급스러운 빌트인 제품으로 타사와 확실히 차별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디오·정수기까지 빌트인 대열 가세=주방 가전뿐 아니라 빌트인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면서 빌트인 제품을 전반적으로 취급하는 대기업·중소기업 외에 전문기업들의 시장 참여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빌트인 홈시어터 전문기업인 에이바스가 국내 처음으로 빌트인 천장형 홈시어터 시스템을 선보이는가 하면 데논과 마란츠 오디오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D&M세일즈앤마케팅코리아도 빌트인 오디오를 구상 중이다.

 인켈 제품을 공급하는 이트로닉스의 내년 전략 사업 중 하나도 빌트인 오디오다.

 정수기와 음식물쓰레기처리기·공기청정기 전문업체들도 빌트인을 전략 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웅진코웨이·청풍 등 정수기 업체들이 빌트인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시장도 빌트인 단체납품을 수주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뜨겁다.

 린나이코리아는 전략 상품으로 출시한 음식물처리기 ‘비움’의 매출이 작년 대비 80% 성장했으며 내년에는 단체납품이 비움 판매량의 9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트로닉스 관계자는 “빌트인의 영역이 주방에서 거실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인켈 오디오를 건설사에 대량 납품하기 위한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