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명만 살아남았다.’
벤처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0년 3월 당시 10대 중소·벤처기업 CEO와 80개월이 지난 2006년 11월 현재 10대 CEO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본지가 당시 코스닥시장 발표 및 언론보도 내용을 직접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0개월 전 보유주식 가치 기준 10대 CEO 가운데 현재까지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5위->6위)이 유일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보유주식가치 순위뿐만 아니라 CEO의 나이·전공·역할·출신지·보유주식 규모도 판이해져 6년여 만에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지형 자체가 아예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5000억에서 2000억으로=2000년 코스닥 전성기 시절에는 김형순 로커스 사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보유주식 가치가 5000억원이 넘는 거대 주식부호가 연달아 탄생했지만 최근에는 이해진 NHN 전략담당임원(CSO), 정봉규 지엔텍 회장과 같이 2000억원대면 최고 주식부호 대열에 든다. 실제 2000년 당시 10대 CEO의 총 보유주식 평가액은 3조6700억원이었으나 현 10대 CEO는 1조4115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이 재직한 기업의 시가총액 역시 13조원을 웃돌았으나 현재는 10조원을 밑돈다.
10대 CEO의 면면에서는 이재웅 사장만이 유일하게 기업의 시가총액과 함께 자신의 보유주식 가치에서 모두 10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다음의 시가총액은 2조1240억원에서 7500억원대로 떨어졌다.
6년여 만에 시총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기업도 나왔다. 지난 2000년 시총이 8487억원에 육박했던 버추얼텍은 현재 250억원. 10대 CEO 반열에 올랐던 서지현 사장의 보유주식 평가액 역시 1900억원대에서 30억원 수준으로 수직 하락했다.
◇벤처 지형 ‘확’ 바뀌어=우선 CEO의 연령은 6년 만에 평균 42세에서 47세로 다섯 살이나 높아졌다. 2000년 당시는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30·40대였다.
또 다른 두드러진 변화는 CEO의 전공. 현재는 이공계와 상경계 출신이 각각 5명과 4명으로 절반씩 나뉘었다. 그러나 2000년 당시는 전자공학 등 이공계 전공이 8명이었을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경계열은 한 명뿐이어서 이공계의 창업이 활발했음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출생지는 2000년에는 서울 4명에 이어 대구·경북(3명), 부산·경기·전북(각 1명) 등의 순이었다. 현재도 서울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지만 전북(2명)을 비롯해 대구·경북, 경기, 충북, 경남(각 1명) 등 비교적 지역이 고루 포진했다.
이규성 코스닥시장본부 이사는 “과거 벤처기업이 기술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가 기술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쇠퇴한 경향이 많다”며 “최근에는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술자가 아닌 전문경영인 영입에 적극 관심을 나타내 상경계 출신 CEO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10대 CEO는 2000년 2006년 모두 시가총액 상위 IT 중소·벤처기업을 먼저 고른 뒤 이들 기업의 CEO 중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요주주를 대상으로 선별했다.
김준배·이호준·황지혜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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