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悲運의 e삼성 실추된 자존심 회복

 ‘게임온’ 상장, 삼성 무엇을 얻나일본내 한국계 게임 퍼블리셔인 게임온(대표 정기영)의 기업공개(IPO)가 성사돼 게임업계에 잔잔한 화제다. 한국계 게임업체로는 최초로 게임왕국 일본에서의 증시 상장인데다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대주주중 하나가 다름 아닌 ‘e삼성재팬’이기 때문이다. e삼성은 지난 2000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를 중심으로 거대한 인터넷왕국을 꿈꾸다 조기에 좌초한 비운의 프로젝트. 삼성그룹 내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e삼성은 비록 꽃도 피우지 못하고 와해돼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 상무에게 적지않은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e삼성재팬의 조그마한 계열사에 불과했던 게임온의 IPO로 삼성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게됐다. 현재 게임온의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한화로 약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IPO 프리미엄과 최고 경쟁사인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겅호엔테테인먼트와 비교할때 상장 후 1조원을 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게임온의 지분 20% 가량을 보유한 삼성으로선 어림잡아도 수 천억원대의 평가익이 무난히 기대되는 상황이다. # 설립에서 IPO까지 ‘반전 드라마’지금은 IPO를 앞둔 탄탄한 게임 퍼블리셔로 자리잡았지만, 게임온의 설립에서부터 상장까지의 지난 5년여 기간은 한편의 반전 드라마와 같다. 게임온은 지난 2001년 4월 e삼성의 일본 디비젼인 e삼성재팬이 투자해 설립했지만, 곧바로 e삼성이 몰락하면서 힘겹게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러나 다른 e삼성 계열사의 조직 자체가 와해됐음에도 게임온은 사업을 유지해왔고, 소프트뱅크로부터 90억원대의 대형 펀딩에 성공하며 안정을 찾았다.일본이 국내에 비해 인터넷 비즈니스가 훨씬 늦었던 터라 PC방 등 주요 사업의 성장에 한계가 따랐지만, 2003년 이후 ‘뮤’ ‘천상비’ 등 국내 히트작들을 서비스하며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 변신하면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게임온이 본격적인 터닝포인트에 성공하게된 직접적인 계기는 L&K로직스(대표 남택원)가 개발한 ‘붉은 보석’. 삼성전자가 퍼블리싱하는 이 게임은 2003년 출시 이후 국내선 평범한 2D MMORPG에 불과했으나 게임온을 통해 일본에서 서비스되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박’을 터뜨렸다. 아직도 성장세를 계속중인 이 게임은 현재 월 4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게임온의 절대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파이널판타지온라인’ ‘라그나로크’ 등과 함께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 빅3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상승세가 지속돼 머지않아 일본 최고의 인기게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삼성의 좌초로 힘겹게 홀로서기를 해온 게임온으로는 그야말로 진흙 속에서 보석을 찾은 셈이다. 게임온을 키운 김종신 전 사장은 이에 힘입어 현재 삼성전자의 게임사업을 전담하는 디지털솔루션센터 부장으로 역 스카우트된 상태다.# 실리와 명분 ‘두마리 토끼’를 잡다 게임온의 상장으로 삼성은 두마리의 토끼를 잡게됐다. 우선 실리면에서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자본 이득이 예상된다. 오는 12월8일 일본 마더스(Mothers) 증시 첫 거래를 앞둔 게임온의 초기 추정 시가총액은 약 5000억원. 그러나 라이벌인 겅호의 시가 총액이 절정기에 5조원에 육박했다는 점과 상장 프리미엄 등을 종합하면 상장후 시가 총액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특히 겅호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라그나로크’가 뚜렷한 하향세로 돌아선 반면 게임온의 간판게임인 ‘붉은보석’은 아직도 정점을 찍지않고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후속작 라인업도 비교적 탄탄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게임온의 IPO로 실리 못지않은 명분을 얻게됐다. 무엇보다 국내 크레듀에 이은 일본 게임온의 잇따른 상장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대기업 투자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든데다, 특히 e삼성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삼성 안팎의 부정적 이미지를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e삼성 프로젝트가 와해되면서 500억 이상의 투자 비용 손실은 물론 주요 계열사들이 유무형의 피해가 컸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게임온의 상장에 따른 투자 수익이 그동안 삼성그룹이 e삼성 프로젝트에 투자 비용 총액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면서 “비록 e삼성 계획이 실패로 끝났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했었다는 것이 게임온을 통해 어느정도 보여줬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 삼성 게임사업 재평가될까그러나, 게임온의 상장을 계기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앞으로 삼성의 게임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이다. 사실 게임온의 상장에 따른 투자 수익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삼성의 게임사업은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진입한 상태다. 삼성 게임사업의 본산인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센터장 권희민 부사장)의 게임 퍼블리싱 매출액은 연간 300억원을 훨씬 넘는다. 삼성전자 전체를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게임시장에서 만큼은 결코 만만찮은 수준이다. 일본에서 대박을 터트린 ‘붉은보석’과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바라보는 빅히트작 ‘던전앤파이터’를 양대 축으로 정상급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삼성式 프로모션과 게임 전문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시스템’에 의한 개발사 소싱과 퍼블리싱이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거대기업 삼성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경우 벤처기업이 주도해온 게임시장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부정적 여론과 삼성 내부의 게임사업에 대한 몰 이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지금으로선 잘돼도 걱정, 못돼도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고위층에선 게임사업의 비중이 극히 미진한 데도 과몰입 등 게임의 역기능이 자주 사회문제화되면서 ‘계륵’ 같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업계 일각에서 삼성 게임사업의 ‘독립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90년대초반 일본 세가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콘솔게임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했던 안좋은 추억이 있는 삼성이 e삼성의 자존심을 살려준 게임온의 일본 증시 상장과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의 선전으로 게임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를 통해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