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배운다]길드워(중)

몽크 보호가 중요한 관건…추가된 클래스 파악하라 ‘특명’  드디어 랜덤 아레나로 돌입한 미야 사부. 그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고수란 과연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사부는 몽크 외에 또 다른 클래스를 설명하며 제자의 기를 확실하게 죽여 놨다. 도대체 못하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진정 무도의 길은 멀고도 험하여라.  “키보드를 볼 시간이 어딨어요. 이 게임은 MMORPG가 아니라 대전격투에요, 격투!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움직여야만 합니다.”  랜덤 아레나 문 앞에서 사부는 말했다. 화면에는 전투개시 시간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 드디어 절정의 고수들만 집결해 전투를 벌인다는 아레나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사부는 손가락 관절을 우두둑 소리를 내며 풀었다. 시선은 화면에 고정된 그대로였다. 마치 모니터에 커다란 피자가 있는 것처럼 눈을 뗄 줄 몰랐다. 고도로 집중한 상태여서 옆에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도 모르는 듯 했다. 역시 다르군.# 힐러 보호는 파티의 기본   사실 랜덤 아레나에 들어와 파티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유저가 적었고 그나마 서성이는 유저에게 말을 걸어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친분이 약간 있는 유저를 찾았고 마침내 파티를 결성할 수 있었다.   “몽크를 보호해 줘야 하는데 잘 모르는 사이니까 가드를 안 해줘요. 그러니까 이렇게 자꾸 죽죠.”  사부는 약간 신경질을 냈다. 원래 MMORPG에서 힐러의 역할은 막대하다. 앞에서 공격을 하면 뒤에서 체력과 마나를 보충해주는 인물이 바로 힐러다. 힐러가 없으면 아무리 고수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끊임없이 힐을 하고 뒤에서 저주를 풀어 줘야만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한 법이다. 하지만 이번 파티원들은 사부를 전혀 보호하지 않았다. 아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랜덤 아레나에 들어가자마자 상대편은 몽크를 찾아 공격하기 시작했고 사부는 도망 다니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멀리 도망가면 몽크는 아군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마법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도망만 다니던 사부는 결국 전사하고 말았다. 부활 인장을 사용해 곧바로 살아날 수 있었으나 사부는 투덜투덜 댔다. 적들은 살아난 사부를 보자 다시 쫓아 다녔고 파티원들을 위해 도망가지 않았던 그녀는 잠시 후 다시 드러눕고 말았다.   “다시 할께요. 전혀 도움이 안되네요. 몽크를 도와주지 않고 어떻게 이길려고 생각하는지 원.”# 정예 멤버 총 집합   혀를 끌끌 차며 랜덤 아레나의 마을로 나온 사부는 파티를 다시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같은 [fam] 길드원이 시야에 보였다.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부리나케 뛰어가 몇 마디 말을 나누던 사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손발이 잘 맞는 길드원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예 멤버로 뭉쳐 다시 랜덤 아레나로 입장한 사부는 처음과 달리 화려한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fam] 길드원들은 몽크를 감싸며 상대편을 공격하는 조합을 멋지게 펼쳤다. 번개와 저주, 독, 검이 난무하는 치열한 전투에서 사부는 맹활약을 했다. 한결 여유를 찾은 사부는 몽크의 전술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여기 하단에 스킬이 여러 개 있는 것이 보이죠? 그리고 여기 미니맵을 보면 원이 하나 있어요. 그것이 바로 마법의 범위를 나타내는 거에요.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파티원들의 명단을 클릭하면서 스킬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우~ 어지러워라. 플레이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으나 사부는 여유롭게 인터페이스와 조 작법을 설명해 줬다. 그녀는 파티원의 이름을 쉴새 없이 클릭했는데 그것이 바로 힐을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몽크는 가만히 서 있으면 안된다. 공격 유저는 상대방을 쫓아 다니면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범위를 맞추기 위해선 또 맵을 돌아 다녀야만 한다. 대전격투라고 했던 사부의 말은 사실 그대로였다. ‘길드워’의 전투는 실로 치열했고 생사를 건 싸움이었다. 그렇게 마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부가 소속된 파티는 연승을 거듭했다. 파티원들도 신이 나 사부 주변을 빙빙 돌면서 승리를 자축하곤 했다. 하지만 이러다가 정말 밤 새게 생겼다.  “다른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명을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라고 클래스의 특정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머리 좋은 제자의 간절한(?) 요청에 사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캐릭터 선택 창으로 다시 나갔다. 이번에 선택한 것은 엔리멘탈리스트. # 만능요원 엘리멘탈리스트   “이 위대한 분은 도대체 무엇을 하시는 사람입니까.”  “엘리멘탈리스트는 한 마디로 만능이죠. 물, 불, 바람, 대지 등 4개의 특성을 골고루 지니고 있어요. 물론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클래스의 스킬들을 발휘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죠.”  성질 급한 스승과 제자는 말보다는 행동이라고 합의하며 곧바로 아레나로 들어가 엘리멘탈리스트가 과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엔 파티를 결성하기가 쉬었다. 왜냐하면 국제서버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유저는 국내서버보다 많았다. 아이디만 봐도 중화권인지 영어권인지 알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유저들도 영어만 사용한다는 것. 아무튼 우리들도 본의 아니게 과묵한 유저가 돼 정체를 숨기고(?) 파티를 결성해 결투장으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우리 편에 몽크가 두 명이나 있네요. 이렇게 되면 좀처럼 지지 않아요. 이기기도 힘들지만.”   눈에 불을 켠 사부는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엘리멘탈리스트로 등장한 사부는 아까와 달리 열심히 공격만 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영혼을 소환해 괴롭혔으나 아군의 몽크는 훌륭한 자세로 보필했다. 서로의 몽크를 먼저 눕히는 편이 이길 확률이 높다. 허나 이쪽은 몽크가 두 명이나 된다. 몽크가 한명 뿐이었던 상대들은 확실히 체력 회복이 더뎠다.   “공격을 할 때는 한 캐릭터에 몰려가서 집단 구타를 하는 게 가장 좋아요. 하하하. 그래야 힐을 해도 효과가 대폭 떨어지죠.”  그런데 사부가 갑자기 돌아보더니 숙제를 내겠다고 말했다. 잉? 수우욱제에?  “이번에 확장팩이 발매되면서 클래스가 추가됐는데 자세히 알아 오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단호한 표정을 보니 한번 제대로 가르쳐 보겠다는 의지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호, 무엇이 사부를 이렇게까지 타오르게 만들었느뇨. 일단 알았다고 했으나 우울했다. 공부라니, 우∼.

김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