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표준화 경쟁에서 유럽 방식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자조에서부터 ‘규제와 부처 갈등이 성장산업을 망쳤다’는 비난과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IPTV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고속망과 잠재 가입자 기반, 막강한 서비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누구와 대적해도 뒤지지 않을 저력이 있다.
그런데도 유럽이 상용서비스 콧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이제 겨우 시범서비스 단계다. 3∼4년 전 일찌감치 합의해 준비하고 상용화했더라면 우리가 IPTV 표준 주도국으로 부상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지난 7월 IPTV 표준화를 위해 만들어진 ITU-T의 IPTV포커스그룹 1차 회의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모든 해외 참석자의 관심 1순위였다. 다들 한국이 어떤 IPTV 기술을 갖고 있는지,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알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IPTV를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었으니 당연한 관심이다.
그러나 시범서비스조차 못하는 걸 알고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공식석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고(Except Korea) 여기 참석한 모든 국가가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멘트까지 나왔다고 한다. 어디에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10월 2차 회의 때 우리나라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상용화도 못한 처지에 보란 듯이 자랑할 수 있었겠는가.
유럽이 힘을 얻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 관계자는 “IPTV포커스그룹의 6개 워킹그룹 중 3개 의장을 우리나라가 맡은 게 오히려 기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IPTV 국제 경쟁에서 밀렸다. 시범서비스라도 끝내면 달라질까. 융합기구 개편 논의에 묻혀 IPTV 법제화는 아예 거론조차 안 되니 희망도 안 보인다. 그래도 세계 IPTV 주도권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보여줄 게 너무 많아서다. 내년 1월의 3차 회의가 그래서 중요하다.
조인혜기자·u미디어팀@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