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정보화 추진에 차질없어야

 디지털 자주국방의 핵심인 전장관리 분야의 정보화 사업들이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해군 전술 지휘통제체계(C4I)를 비롯해 군전술종합정보통신체계(TICN) 등이 예산 부족과 획득 제도 문제 등으로 인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방정보화가 지연되는 것은 디지털 시대 군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방부가 적극성을 갖고 집중과 선택을 통해 국방정보화를 알차게 그리고 가능한 한 앞당겨 추진한다면 군의 신기술과 전술전략 강화에 크게 기여하며, 이를 통해 군의 전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국방정보화를 내실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 군 기술 축적이나 전문 인력 양성으로 군의 전력 강화는 말할 것도 없고 사이버전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른바 IT강국이다. 우리의 강점인 IT인프라와 접목해 국방정보화에 박차를 가해 무기체계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거나 군의 SW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국가안위를 굳건히 하는 일이며 자주국방을 이룩하는 지름길이다.

 현재 전장관리 분야의 핵심인 600억∼700억원 규모의 해군 전술 C4I체계 2단계 사업이 내년 하반기에서 2008년 중으로 6개월 이상 미뤄진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해군은 당초 내년 6월까지 핵심 기능 위주로 전술 C4I 1단계 사업을 마치고 곧바로 2009년까지 전술 C4I체계의 성능을 개량하고 전 부대로 확대·설치하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부족해 2단계 사업을 내년에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전장에서 전투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휘통제·무기 등 각 체계를 유무선으로 거미줄같이 연결하는 TICN 개발사업 발주도 1년 이상 지연될 전망이라고 한다. 지난 3분기께 220억원 규모의 TICN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었으나 현 획득 절차 제도상 기술 규격이 한 번 확정되면 추후 기술 규격을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발주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밖에 60억원 규모의 지리정보체계사업 발주도 지난해 예산 부족으로 추진하지 못하다가 지난 3분기께 발주될 예정이었으나 방사청 의사결정 지연으로 연내 시행이 불투명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전장관리 정보화 사업은 전시작전 통제권 이양에 따른 안보 공백을 메울 보루라는 점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거나 제도 미흡 등으로 국방정보화 사업의 핵심이 차질을 빚는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물론 국방정보화도 정부 예산을 배정받아 사업을 추진하는만큼 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군 전력 증강 차원에서 이제는 정보화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전쟁 억지력을 갖기 힘들다.

 IT가 발전하면서 전쟁의 양상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력과 재래식 무기로 상대를 제압했으나 이제는 과학과 IT기술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첨단화해 마치 게임하듯이 상대의 정보체계나 무기를 무력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정보화에 뒤지면 곧 전력약화를 가져온다고 봐야 한다.

 최근 들어 군에서도 HW의 비중은 낮아지는 대신 SW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군 전체 시스템의 절반 이상이 되는 무기체계에서도 SW 비중이 커지고 있다. 차츰 SW 등 IT가 국방기술 또는 무기체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군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SW를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외산에 의존해온 게 사실이다. 우리 인력을 양성해 국산으로 대체한다면 엄청난 외화를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국방정보화는 이런 점에서 가능한 한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