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산업의 양대 거두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입을 모아 ‘고객’을 강조했다. 날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위기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근본부터 되짚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다.
윤 부회장은 최근 12월 월례사를 통해 “오랜 경험을 통해 볼 때 모든 문제와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직원 모두 유통·서비스·공장·물류·협력업체 등 모든 현장에 관심을 갖고 시장과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자”고 말했다.
김 부회장도 4일 월례사에서 “경영의 출발점이자 목적지는 결국 고객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다”면서 “지금은 고객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며 고객의 생각과 요구,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이 어떤 혁신활동을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올해 경영모토가 서로 달랐던만큼 해를 마감하는 시기에 두 CEO는 이번 메시지를 통해 색다른 주문도 했다.
윤 부회장은 ‘새삼스럽게’ 역사공부를 강조했다. 그는 “역사를 바로 알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분별력, 현실인식을 갖게 돼 더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며 “경쟁이 격화되고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특히)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소극적이거나 폐쇄적으로 임한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도태될 것”이라며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 개방적인 사고로 창의와 도전정신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자”고 힘줘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창조경영’을 역사공부에서 되짚어보자는 뜻이다.
김 부회장은 올해 화두였던 ‘블루오션 경영’이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블루오션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활발한 혁신활동을 펼쳤으나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한편으로 그간의 혁신활동이 지나치게 내부지향적인 측면은 없었는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부만을 바라보는 ‘오리형 인재’가 아닌,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넓게 생각하는 ‘독수리형 인재’가 될 것을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연못 안에 갇혀 눈앞의 일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객과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은 고객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도 독수리형 인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소 민감한 인사평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업을 거론하며 칭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윤 부회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최대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보르도TV’를 비롯해 TV사업에 대해서는 자신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올해 3분기까지 TV 전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른 데는 차별화된 기술력·마케팅은 물론이고 LCD·반도체·SW 등 관련 부문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더 많은 일등 제품과 일등 사업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1972년 삼성전자가 흑백TV를 처음 독자 개발할 당시, TV 설계 책임을 맡았던 터라 남다른 술회를 피력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