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과학기술계를 뜨겁게 달군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파동 이후 다목적 실용위성 2호의 성공은 과학기술계가 국민에게 보여준 ‘실패’를 극복한 ‘희망의 메시지’였다. 특히 우리 나라 무역 수출 3000억달러, 반도체 수출 300억달러 진입의 노둣돌은 모두 지역 과학기술계, 학계, 업계 전문인력의 땀의 결실이다. 그들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의 초석을 놓고 있다. 올 한 해 대전, 충청권을 비롯한 대구·경북, 부산·경남, 광주·전라 지역에서 산업역군으로, 국가 R&D를 수행한 과학기술인 등으로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을 모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과학기술이 국민희망 입증
◇과학기술=‘줄기세포’ 파동 이후 과학기술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러시아에서 발사된 다목적 실용위성 2호의 성공이다. 또 한국화학연구원의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김현탁박사가 개발한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MIT) 현상을 이용한 휴대폰 배터리 폭발방지 소자 등은 국민에게 과학기술이 희망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침팬지 Y염색체 완전 해독
지난 2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연구단 박홍석 단장은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종합센터와 공동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생물학적 특징을 갖고 있는 침팬지의 Y염색체를 완전 해독해 세계 과학기술계를 경악하게 했다. 박 단장은 인류의 진화 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침팬지 22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하고 인간과 침팬지의 특이 유전자도 규명해 냈다.
생명연의 홍효정 박사는 대장암과 난소암을 잡을 수 있는 인간화항체 제조기술을 개발, 대전시로부터 연말 대전시경제과학대상을 수상했다
뇌졸중 치료효과 물질 발견
한국화학연구원의 추천으로 올라온 심장순환계연구팀 이규양 팀장은 과학기술부 특정연구개발사업으로 ‘성인형 심혈관질환 치료제 개발연구’과제를 통해 뇌졸중에 의한 뇌손상 후유증의 치료효과가 우수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이 후보물질은 동부한농에 이전돼 지난 4월 미국제약회사인 다뉴브에 ‘경구용 녹내장 치료제’로 기술이전되며 총 1억1500만달러의 로열티 수익을 안기는 기염을 토했다.
화학연은 또 미 제약사인 길리어드와 공동으로 에이즈 치료제 개발을 공동으로 하고 나서 눈길을 잡았다. 길리어드는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개발로 지난해 매출 20억달러를 기록한 다국적 제약회사다.
이벤트로 주목받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인 공모는 지난 6월 지원 인원만 3만명을 넘기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현재 8명이 러시아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 첫 우주인은 이달 말 최종 후보 2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항우연은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한 4인승 소형 항공기 ‘반디호’를 대당 29만달러에 미국에 수출했다.
다목적 실험위성 개발 주역
아리랑 2호의 주역인 이주진 위성기술사업단장도 올해의 인물로 추천됐다. 이 단장은 지난 7월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발사기지에서 쏘아올린 다목적 실용위성의 개발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세채 박사는 펨토초(1000조분의 1) 레이저를 사용해 세포 1개 속에 생긴 병든 부분을 잘라낼 수 있는 ‘단일세포의 나노수준 정밀제어 및 측정기술 개발’에 성공한 실적을 인정받았다.
북핵실험 위치 국내 첫 탐지
지난 10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서 갑자기 ‘뜬’ 인물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헌철 지진연구센터장은 북 핵실험 위치를 처음 탐지해 국가 안보에 이바지했다.
이외에 강대임 표준연 선임부장이 국제측정연합 총회에서 차기 회장에 선임됐고, 이재용 박사팀은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카스(CARS) 바이오 현미경’을 국내 처음 개발했다. 또 한국기초과학연구원의 900㎒ 차세대자기공명장치(NMR)가 가동된 점도 올해의 이정표로 꼽을 수 있다.
행성발견 천문학계 떠들썩
◇대학=학계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충북대학교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3D 3㎚급 나노전자소자 개발
KAIST 최양규 교수팀은 3차원 3㎚급 ‘나노전자소자’를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3㎚는 반도체 회로 선폭이 어른 머리카락 굵기의 4만분의 1 크기로, 머리카락 한올에 동양화 12폭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초정밀 기술이다. 이 기술은 프로세서나 테라급 D램, S램, 플래시 메모리 소자로 응용할 수 있다.
KAIST 서남표 취임
이와 함께 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퇴임과 미 MIT 기계공학과 출신의 서남표 총장의 등장으로 KAIST는 격변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또 국내 첫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KAIST 오준호 교수는 미국 CNN 인터내셔널의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 인간과 기계의 미래 정상회담에 출연하기도 했다.
노화억제 신약후보물질 개발
KAIST 김태국 교수는 인간의 노화를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을 처음 개발해 관심을 모았고, 이상엽 교수는 미 미생물분자생물학 리뷰에 대장균을 총정리하는 논문으로 눈길을 잡았다.
우주서 해왕성급 행성 발견
또 충북대 한정호 교수팀은 천문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구에서 2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왕성급 행성을 발견, 천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 행성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2.4m급 광학망원경을 통해 행성신호를 찾아냈다.
ICU의 최문기 IT경영학부 교수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으로 선정된 일도 주목을 끌었다.
이와 함께 대전메디컬포럼(회장 노흥태·충남대병원장)이 지난달 충남대병원에서 창립됐다. ETRI 정명애, 정상돈 박사와 을지의대 백태경 학장과 유승민 교학처장 등이 주도해 대전지역 7개 종합병원과 5개 출연연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산업=대덕특구에서는 올 한 해 중견 벤처기업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인텔과 후지쯔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 대덕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년이 됐다.
인텔과 후지쯔서 투자 유치
냉각장치 전문 기업인 에이팩의 송규섭 대표는 지난 5월 인텔의 자회사인 인텔캐피털에서 3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거뒀다. 송 대표는 내년 초 코스닥 진출에 도전한다.
보안 솔루션 전문 업체인 티에스온넷의 임연호 대표 역시 지난 6월 일본 후지쯔 그룹으로부터 1억2000만엔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후지쯔가 유망벤처 육성을 위해 설립한 코퍼레이트 펀드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 대표는 자체 개발한 ‘서버 OS 보안’제품이 향후 후지쯔 서버에 빠짐없이 탑재될 예정이어서 세계 시장에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덕특구 1호기업 중국 진출
IT 부품 전문기업인 해빛정보 박병선 대표의 활약도 눈부시다.
박 대표는 지난달 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동호신기술개발구에서 현지 공장 준공식을 갖고 해외 생산 시대를 열었다. 중국 우한에서 합작 형태가 아닌 외국 기업의 단독 법인 설립은 해빛정보가 처음이다. 박 대표는 중국에서 적외선 차단필터(IR Cut-off Filter)를 비롯해 빔 스플리터 미러, CD·DVD용 그래이팅 및 LCD 윈도 등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우한 진출을 발판으로 박 대표는 오는 2010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1000억원대의 매출액을 달성, 중국 차스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디앤티 코스닥 입성 이끌어
올 한 해 특구에서 코스닥에 진출한 업체는 현재까지 한 군데도 없다.
특수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디앤티의 이양규·김광선 공동대표의 활약은 그래서 더욱 눈부시다. 지난 10월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 이달 중순쯤 정식으로 코스닥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양규 대표는 디앤티가 상장되면 대덕특구에서는 올해 유일한 코스닥 진출 업체가 되는 셈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올해 의료용 모니터 매출만 1000만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국내외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수출 1000만불탑을 받은 데 이어 내년에는 3000만불탑 달성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어떻게 선정했나
전자신문이 기획한 ‘올해 지역을 빛낸 인물’은 대전과 대구, 부산, 광주 권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지방 자치단체와 정부 출연연구기관, 대학, 벤처·중소기업 등으로부터 해당 지역에서 지난 1년간 두드러진 활동을 해온 인물 100여 명을 추천받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인물들은 대학교수에서부터 말단 연구원까지, 업계에서는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CEO 등 각계의 인물들이 고루 추천됐다.
연구소의 경우는 기관별 매주 월요일 갖는 간부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경우도 있고, 자체 평가 위원회를 열어 각 지자체가 주는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된 인물도 포함돼 있다. 또 일부는 각계에서 활동해온 원로를 통해 추천받았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은 그리 크지 않지만 대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통해 기관의 위상을 높인 인물들도 일부 있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는 지역 일꾼들이 지난 1년간 어떤 모습으로 스스로 혁신하고 성장해 왔는지에 역점을 뒀다.
또한 해외 수출이나 투자, 과학기술의 개발 등 주목할 만한 실적을 평가의 잣대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