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27년째 산 교민 박규식(49)씨. 구룡반도 홍함거리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 거실에는 대형 TV가 놓여져 있다. 박씨는 2년전부터 이 TV를 통해 PCCW가 제공하는 IPTV 서비스(나우TV)를 즐긴다.
사실 IPTV라고 하기에는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 고화질은 커녕 양방향 서비스 채널도 하나 갖춰져 있지 않다. 라이브 프로그램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극히 예외적인 시기를 제외하고 제공되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진 비디오 프로그램을 틀어주는 우리나라 케이블 서비스의 초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브로드밴드 네트워크가 거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우리나라 수준을 생각했다가는 상당히 실망할 것”이라며 “그러나 월 20달러 수준의 요금에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PCCW는 올해 5월말까지 56만명의 IPTV 가입자를 확보했다. 2004년부터 서비스를 본격화한 이후 2년만의 성과다. 110개 채널중 공중파 채널이 4개에 불과하고 대부분 교양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 IPTV 가입자 확보의 배경이 됐다. 종량제 기반의 인터넷 요금에 부담스러워하던 사용자들이 인터넷과 IPTV를 묶어 저렴한 요금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홍콩 정부가 IPTV를 유료 텔레비전 서비스라는 범주로 분류해 관할법을 신속하게 마련해 홍콩이 IPTV서비스의 주도국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ITU 행사에서도 PCCW는 IPTV와 모바일TV를 전시하는 등 IPTV 리더십을 나타냈다. ITU텔레콤월드 행사에 참여한 국내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브로드밴드가 깔려있음에도 아직 200여가구에 시범서비스만 제공하는 우리나라와 사뭇 대조적”이라며 “지금이라도 속도를 내지 않으면 세계 경쟁무대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